<분수대>장세동과 이현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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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일본 야쿠자는 세계 최대 범죄조직이다.조직원수만 9만명에 이른다.야쿠자는 자신들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또 일본 국민중엔 야쿠자 팬들이 많다.범죄조직과 국민의 관계가 일본처럼 특수한 나라는 세계 어디도 없다.
야쿠자란 말은 화투노름 산마이(三枚)에서 나왔다.화투 석장을합한 수에서 10 또는 그 배수(倍數)를 빼고 남은 수로 끗발을 겨뤄 높은 쪽이 이긴다.가장 높은 수가 9,가장 낮은 수는0이다.석장이 8.9.3이면 0이다.8.9.3 을 일본어로 읽으면 야쿠자다.
야쿠자의 기원은 에도(江戶)시대 도박꾼 패거리였던 바쿠토(博徒)에서 찾는다.구성원은 천민과 범죄자들이었다.바쿠토는 엄격한계급사회였다.오야분(親分)과 고분(子分) 사이는 절대적 상명하복(上命下服)관계였다.이는 오늘날 야쿠자에 그대 로 남아 있다.오야분이 『까마귀가 희다』고 하면 까마귀는 희다.이를 거부하면 파문이나 단지(斷指)의 벌을 받아야 한다.
오야분에 대한 충성과 함께 야쿠자에서 요구되는 또 하나의 규범(規範)은 의리(義理)다.유교에서 말하는 의리의 본질은 「사람이 행해야 할 올바른 도리」다.의리에는 보편주의와 개별주의의이중성(二重性)이 있다.의리가 일본화하면서 보편 주의는 사라지고 「누구에 대한」「무엇에 대한」 의리라는 개별주의만이 사회규범으로 자리잡았으며,특히 야쿠자사회에 강하게 남아 있다.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 사건과 관련,과거 청와대 경호실장을 지낸 두 사람의 행동을 놓고 비교하는 얘기가 많이 보도되고 있다.5공(共)의 장세동(張世東)씨는 자신의 희생을 무릅쓰고 끝까지 의리를 지킨 「의리남아」라는 평(評)을 듣고 ,6공의 이현우(李賢雨)씨는 보스의 비자금 내용을 까발린 의리없는 배신자라는 질책마저 받고 있다.여기서 말하는 의리란 바로 개별주의적의리다.공직자 사회,그것도 청와대라는 막강 권부(權府)에서 필요한 규범이 아니라 범죄조직에서나 통 할 행동규범이다.
그들은 모두 정작 자신들이 지켜야 할 의리,즉 국민에 대한 의리는 지키지 않았다.두 사람을 비교는 할 수 있겠지만 고위 공직자로서 지켜야 할 기본 도리를 저버린 그들중 그 어느 누구도 영웅시돼선 안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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