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 스위칭 …‘맨유 전술’로 요르단 잡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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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표<左>와 박지성<中>, 안정환이 29일 대표팀 훈련에서 폴과 폴 사이를 빠져나가는 피지컬 트레이닝을 하고 있다. [뉴시스]

축구 국가대표팀 허정무 감독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술을 ‘차용’해 요르단 격파에 나선다. 박지성(27·맨유)이 팀 동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처럼 자유롭게 움직이며 공격의 물꼬를 트는 것이다.

허 감독은 31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지는 요르단과의 2010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에서 박지성을 포지션에 구애받지 않고 움직이도록 할 생각이다. 왼쪽 측면은 물론이고, 최전방과 2선을 누비며 공격의 활로를 뚫는 작전이다. 공격 선수가 자유롭게 옮겨 다니며 빈 공간을 노리는 이 전술은 ‘스위칭(Switching)’으로 불린다.

적진 깊숙이 박혀 득점을 노리는 타깃맨(전형적인 스트라이커)이 없는 맨유는 올 시즌 호날두·테베스·루니의 위치를 자유롭게 바꾸는 공격 전술로 프리미어리그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거머쥐었다.

이동국· 조재진 등 타깃맨이 부재한 상황에서 허 감독도 맨유의 방식을 채택했다. 소집 첫날이었던 28일 파주 트레이닝센터에서 열린 고양 국민은행과의 연습경기. 3세트로 치른 경기 1세트에서 허 감독은 박지성을 왼쪽 측면에 배치하고 최전방에 박주영, 처진 스트라이커로 안정환을 포진시켰다. 박지성은 7분 박주영과 자리를 바꿔 최전방으로 나서더니 16분에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23분 다시 박지성이 최전방으로 나서고 박주영은 왼쪽으로 처졌다. 자유를 얻은 박지성은 35m를 질주하며 3명을 제치는 드리블을 선보였고 예리한 오른발 터닝슛으로 골포스트를 강타하기도 했다. 허 감독은 가장 예리했던 1세트 공격 조합으로 요르단전에 나설 생각이다.

그동안 박지성의 활용방안은 ‘박지성 시프트’로 불렸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이끌던 2005년 11월 12일 스웨덴전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활용하다 오른쪽 윙포워드로 포지션에 변화를 준 게 시초다. 그 이후 올해 3월 26일 북한전(0-0 무승부)까지 박지성 시프트를 가동한 경기에서 대표팀은 6경기 무패(3승3무)를 기록했다.

작전 지시에 따라 이뤄지는 시프트와 달리 선수들이 창의적으로 위치를 바꾸는 스위칭은 ‘산소탱크’ 박지성의 강점을 최대한 끌어낼 것으로 보인다.

한편 오른발 정강이뼈 피로골절로 대표팀에서 제외된 조동건(22·성남) 대신 이근호(23·대구)가 추가 발탁됐다. 대표팀은 29일 오후 7시30분부터 1시간30분 동안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훈련하며 요르단전에 대비했다. 김동진(26·제니트)과 조병국(27·성남)은 각각 왼쪽 종아리와 발등 부상으로 가볍게 몸을 풀며 컨디션을 조절했다. 김동진은 요르단전 출전이 힘들 것으로 보인다.

요르단 대표팀은 이날 오후 4시30분 입국해 파주 트레이닝센터에서 적응훈련을 실시했다.

최원창 기자

◇시프트와 스위칭=시프트는 특정 선수가 경기 중 한두 차례 포지션을 바꾸며 전술에 변화를 주는 것을 말한다. 스위칭은 포지션에 구애받지 않고 감독의 특별한 지시 없이 공격수들이 자유자재로 신속하게 위치와 역할을 바꾸면서 공격하는 형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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