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연구 불댕긴다-제1회 고구려문화 학술대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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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국내 학계에 여전히「사각지대」로 남은 고구려에 대한 현장 연구.조사가 본격화된다.
오는 18일 오후 서울 타워호텔 몽파나스실에서 열릴「제1회 고구려문화 학술대회」는 사료(史料)부족과 정치적 문제등으로 공백지대로 방치된 고구려의 전모를 우리 손으로 정리하는 출발점이될 것으로 보인다.
주최기관은 고구려.발해학술연구위원회(위원장 文明大교수).고구려와 발해등 우리 북방사에 관심이 높은 학자들 20여명을 주축으로 지난 5월에 발족했다.임효재.안휘준(서울대).신형식(이화여대).김동현(문화재연구소).이강근(경주대).최성 은(덕성여대).김정희(원광대).안승주(공주대).강인구(정신문화연구원).이융조(충북대)씨 등이 참여했다.
발표될 논문은▶고구려 건국의 제문제(김정배 고려대교수)▶고구려 최초 불교사원과 불교미술에 대한 새로운 검토(문명대 동국대교수)▶고구려 고분축조의 새로운 해석(최무장 건국대교수)▶고구려 고분벽화에서의 장식벽화의 의의(정병모 경주대교 수)등 4편. 논문수로는 다소 빈약한 인상을 주지만 역사학자.고고학자.미술사학자등 28명의 전문가가 토론자로 참여,주제별로 다양한 견해를 표출할 예정이다.고구려라는 단일 주제를 싸고 30여명의 학자가 한자리에 모이는 것도 유례가 없는 일.그러나 이 대회의의의는 외형보다 내용에 있다.고구려에 대한 체계적이고 장기적인연구의 출발을 선언하기 때문이다.
국내 학계가 고구려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시기는 90년대초.
처음에는 유적 접근이 불가능,관광비자로 입국해 조사를 벌였다.
92년 한-중수교를 계기로 본격적 조사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대부분 개인적.산발적 연구에 그쳤던 것.몇몇 조사과정에서는 중국정부와 마찰이 발생했었다.
이번 행사는 이런 현실에 대한 반성에서 시작됐다.짜임새 있는고구려 연구의 필요성이 대두된 것이다.
학계는 고구려가 평양으로 천도하기 전까지 만주를 호령하며 기개를 떨쳤던 장소인 중국 지린성과 랴오닝성(遼寧省)에 우선 초점을 맞췄다.당대 상황을 말해주는 유적.유물이 연구자의 손길을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지난 8월에는 논문발표자를 중심으로 현장답사를 다녀왔다.우선학술적으로 우리의 위상을 다지자는 취지다.따라서 주말 학술행사는 「위원회」의 지난 활동에 대한 첫 결산인 셈이다.단지 대부분의 논문이 우리 손에 의한 발굴이 불가능한 상 황에서 중국이나 북한측의 연구를 수정 혹은 반박하는 문제제기 수준에 머물러아쉬움이 남는다.이는 향후 학술이나 정부차원의 대중(對中)관계개선을 통해 해결될 것으로 기대된다.
위원장 文교수는 『고구려를 학술차원에서 밀도있게 연구한 곳은지금까지 없었다』며 『앞으로는 북한.중국.러시아 학자도 초청할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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