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닭갈비 골목 경로잔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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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28일 낮 춘천시 명동 닭갈비골목 업체 모임인 계명회가 마련한 경로잔치에 참석한 노인들이 닭갈비를 맛있게 먹고 있다.

28일 낮 춘천시 명동 닭갈비골목이 오랜만에 시민의 발길로 붐볐다. 이 골목 19곳의 닭갈비집에는 빈 자리가 없을 정도로 손님이 꽉 들어찼다.

춘천에서 조류인플렌자(AI)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알려져 고객의 발길이 끊어지는 등 직격탄을 맞은 6일 이후 20여일 만이다. 그 동안 닭갈비 소비촉진운동으로 간혹 공무원들이 이 골목을 찾았을 뿐이었다.

이날 명동 닭갈비골목을 찾은 이들은 춘천시내 65세 이상 노인들. 이 골목 닭갈비 업소들의 모임인 계명회가 마련한 경로잔치에 참석한 노인들이다. 경노당 별로, 또는 친구끼리 이곳을 찾은 이들은 주인과 종업원의 서비스를 받으며 닭갈비를 맛있게 먹었다. 자원봉사자들이 따라 주는 소주와 음료수도 한잔씩 했다.

이날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2시까지 일반 손님은 받지 않은 채 진행된 경로잔치에 참여한 노인은 2000여명. 계명회 측은 당초 2500명 정도의 노인을 맞을 준비를 했으나 궂은 날씨 때문인지 예상보다 적었다.

경노당 친구 10여명과 함께 왔다는 김재희(80·약사명동)씨는 “조류독감 때문에 닭갈비 업소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익혀 먹으면 문제가 없다는데 하루 빨리 이들이 정상적으로 영업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경로잔치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열리는 것으로 풍물패가 업소마다 돌며 흥을 돋웠고, 식사를 마친 노인들은 명동 거리에서 각설이 악단에 맞춰 노래도 한 자락씩 불러 제키는 등 흥겨운 광경을 연출했다.

계명회 총무 박성갑씨는 “날을 잡아 놓은 상태에서 춘천에서도 AI가 발생해 경로잔치를 그대로 해야 할지 걱정이 많았다”며 “경로잔치를 계기로 닭갈비골목이 이전처럼 다시 고객으로 붐비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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