自動洗車 잘못하면 골탕 먹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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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지난달 20일 신탄진에 사는 李모(27.대덕 연구단지 연구원)씨는 퇴근길에 대전 Y동 D주유소에 들러 기름을 넣었다.
작년 12월 개업한 이 주유소는 고객 서비스차원에서 기름을 넣을 때마다 자동세차를 해주는 곳이었다.
이 주유소에 있는 세차기는 문형식(門形式).자동세차기는 차를타고 세차장을 통과하는 터널식과 세차장에 차를 주차시켜 놓으면플라스틱 솔이 앞뒤로 왕복하면서 씻어주는 문형식 두가지가 있다.두 형태가 각각 현재 반반정도지만 요즘은 터 널식이 더 늘어나는 추세.
李씨는 세차중 『쿵』하는 소리를 들었으나 그날은 이미 날도 어두워진터라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곧장 집으로 향했다.
다음날 李씨는 토요일 오전근무를 끝내고 오후에 야외로 놀러갔다가 자기차 곳곳에 흠집이 나있는 것을 발견했다.
보닛위와 앞문 양쪽,그리고 기름주유구에 동전면적 크기의 7~8군데 긁힌 자국이 선명했다.
그제서야 李씨는 전날밤에 차를 씻다 『쿵』하는 소리를 들은 것을 떠올렸다.하지만 이미 하루가 지난 일이라 뒤늦게 따지기도뭐하고 해서 직접 페인트를 사서 긁힌 부분을 칠하는 것으로 일을 마무리지었다.
대우자동차 동서울정비사업소에 근무하는 金모(28.정비사)씨는자동세차기 때문에 더 고약한 피해를 본 케이스.
지난해까지 티코를 타고 다니던 金씨는 어느날 티코 앞유리에 많은 흠집이 나 있는 것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앞유리 와이퍼 날이 낡아 흠집이 생긴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와이퍼 날을 갈아도 보았으나 흠집은 날이 갈수록 더 심해져 갔다.
그러면서 흠집의 결을 면밀히 살펴 본 결과 와이퍼 날을 기준으로 원을 그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차수리만 올해로 6년째인 전문가 金씨는 평소에 자주하는 자동세차가 진범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결국 金씨는 밖을 내다보는 데 문제가 있어 앞유리를 갈아끼워야만 했다.
「2분 고속세차」「3분 자동세차」.간편.신속붐을 타고 우리의세차풍속을 한꺼번에 바꿔놓은 자동세차장에서 피해를 본 케이스들이다. 특히 자동세차장은 그 피해가 처음에는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미세하지만 여러번 되풀이되면 흠집이 커진다.뒤늦게 발견했을 때는 보상요구 시기도 놓치게 돼 이용자들만 골탕을 먹고 있는 실정이다.
그후 정비사 金씨는 에스페로로 바꾸고 나서는 한번도 자동세차를 하지않고 있다.그는 『요즘도 정비공장에서 일하다보면 자동세차기에 긁혀서 오는 차들을 간간이 볼 수 있다』며 『세차기의 센서가 고장날 경우 크기가 다른 차들을 구별하지 못해 흠집을 내게 된다』고 지적했다.이럴 경우 세차기가 아닌 해차(害車)기가 되는 셈이다.
또 자동세차기 생산업체인 D기계 애프터서비스 담당인 金모과장도 『브러시를 많이 쓰는 문형식의 경우 천(양모)을 주로 사용하는 터널식보다 작은 흠들이 더 많이 나는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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