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씨 부정축재 사건-정국 향후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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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치권에 비자금 수사의 대한파가 몰아친다.너나 할 것없이 모두 몸을 움츠리지만 그것으로 바람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정치권 수사는 많은 변화를 예고한다.크고 작은 변화들이 영화처럼 펼쳐질 것 같다.정계개편 장면이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
당장 여야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것이다.정치권수사의 핵심은 김대중(金大中)국민회의 총재다.그의 노태우(盧泰愚)씨 비자금 수수문제가 수사대상에 오르느냐는 것이다.수사가 시작되면국민회의는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민자당의 대선자금문제를 물고늘어질 것이다.국회의 예산안통과는어림도 없다.국회는 그것으로 파행이다.
야당은 갑작스레 공조를 모색하고 있다.국민회의와 자민련간의 공조다.아마도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인 듯하다.국민회의는 김종필(金鍾泌)자민련 총재가 민자당 대선자금에 대해 아는게있다고 믿는 것같다.
정치권 수사는 정치권을 한바탕 휘저어 놓을 것이다.재산공개 때의 파문수준을 웃돌 것이다.
수사대상이 비단 야당쪽에 국한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당연히 여권쪽도 된서리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당장 盧씨 비자금 조성에 개입한 현역의원들이 있다.
이쯤되면 상황은 예측하기 어렵다.이와관련한 정치권내의 별의별억측이 난무한다.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탈당설도 있다.당적을 버리고 정경유착의 근절을 위한 본격수사를 지시한다는 설이다.그러나 그것은 실현가능성이 극히 희박하다.어떠한 경우에도 金대통령은 민자당을 지키려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가 하면 항간에는 신임투표설도 있다.지속적인 개혁을 내걸고 신임투표를 받는다는 설이다.그러나 이 역시 가능성이 희박하다.굳이 총선이 있는데 신임투표가 필요없다.총선이 곧 신임투표다. 그러나 어떤 형태로든 정치권의 수습노력은 전개될 것이다.
그중 하나가 정계개편이다.여권내에는 아직도 그 얘기를 하는 사람이 있다.공식석상에서만 반대입장을 표명하는 것일 뿐이다.야권내에도 그 필요성을 제기하는 세력이 있다.
따라서 정계개편의 가능성은 어느정도 있다고 봐야할 것같다.비자금파문이 아니더라도 소규모 개편정도는 계획하고 있던 여권이다. 더군다나 여야 공히 피멍든 정치인들을 다시 총선에 내보낼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과연 정계개편이라고 부를 정도의 대폭 개편이 있을 것인가다.현재로선 그 정도는 아닐 것 같다.정확히 표현하면 대규모 수혈이 있을 것이다.우선 공천의 기준이 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 관심을 가져야될 대목은 여야 공히 자기진영 내부다.내부의 정화운동이 펼쳐질 것이기 때문이다.여야중진들을 강하게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특히 민자당은 계파갈등의 변수까지 있다.
어떤 장면들이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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