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환의 행복한 공부] 자녀와 함께 세운 공부원칙 자신감 늘어 학습효과 만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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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잘하려면 반드시 지켜야 하는 기본 원칙이 있습니다. 학교 수업에 충실해야 한다든가 노트 필기를 열심히 해야 한다든가 교과서를 열심히 봐야 한다든가 하는 것이 그렇죠.

참 신기하다 싶은 사실은 부모님들이 공부에 대해 그토록 잔소리를 많이 하면서도 자녀의 교과서나 노트를 검사하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공부하라는 막연한 잔소리보다 교과서 활용이나 노트 필기에 대해 자녀와 함께 원칙을 정하고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게 더 좋은 방법이 아닐까요.

때로는 부모님이 나서서 공부의 원칙을 무너뜨리는 경우도 보게 됩니다. 시험 때 부모님이 요점 정리와 암기를 필요로 하는 교과목 내용을 요약해 주는 경우가 대표적이죠. 특히 자녀가 중학교 1학년인 경우 이런 방법을 쓰는 분이 많더군요. 갑자기 시험 과목 수가 늘어 어찌할 바 모르는 자녀를 돕겠다는 뜻이겠지만, 사실 그 이면에는 과정보다 결과를 중요시하는 부모님의 성급한 마음이 깔려 있습니다.

물론 당장은 효과를 볼지 모르지만 결국 후회하게 됩니다. 요약 정리를 해주지 않는 때부터 성적은 바로 떨어져 버리죠. 부모님께 의존하던 습관이 몸에 배어 스스로 어찌할 바 모르는 학생에게 부모님은 오히려 왜 혼자 못하느냐고 타박을 주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지게 됩니다.

아이 수준에 맞지도 않는 선행학습을 무리하게 시키는 것도 원칙에 어긋나는 일입니다. 학교 수학시험에서 70점 정도를 맞는 중2 학생이 심지어 고1 수학까지 미리 배우는 일도 있습니다. 무리한 선행학습은 다른 학생이 하는 만큼 따라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부모의 불안감을 풀기 위한 수단일 뿐 아이에겐 도움이 되지 않지요.

거꾸로 부모가 불필요한 원칙을 만들어 아이를 옥죄는 경우도 많지요. 체질상 잠이 많은 학생인 경우 억지로 잠을 줄이면 역효과가 날 것은 뻔합니다. 그런데도 자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보다 주변에 신경쓰며 괜한 불안감에 아이를 다그치는 것이죠. 독서실처럼 막힌 공간에선 답답해 공부가 안 되는 학생을 억지로 독서실로 보내는 경우도 있더군요. 공부는 조용한 곳에서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 때문이죠.

부모님이 원칙에서 벗어나는 경우든 쓸데없는 원칙을 만들어 강요하는 경우든 그 심리적 밑바탕에는 막연한 불안감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불안감은 자녀에게 옮겨집니다. 자녀를 믿지 못해 직접 나서서 요점 정리까지 해줘야 직성이 풀리는 부모에게서 자녀는 용기를 얻기보다 부담감을 느낍니다. 그리고 자신감도 오히려 떨어집니다.

최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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