證市 외국인 동향-비자금 파동후 買受 급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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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외국인 투자가들이 주식시장에서 심상치 않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우선 매매량이 줄었다.하루평균 200억원이 넘던 거래량이100억원대로 뚝 떨어졌다.올 7~8월에 5%가까이 됐던 국내시장 점유율이 최근 3%로 줄었다.한국시장에서 사는 것밖에 모르는 것같던 외국인들의 매수열기가 주춤해진 것이다.
노태우(盧泰愚)씨 비자금 파동이후 매도물량을 눈에 띄게 늘리고 있는 모습이다.
많을 때엔 500억원에 달하던 순매수(매수-매도)규모가 10월 마지막 주엔 100억원대로 급감하더니 이달들어선 첫주 340억원의 매도우위를 보였고 이번주에도 10일까지 매수보다 매도가 264억원이나 많았다.
외국인 투자가들이 매도우위로 돌아선 것은 지난해말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매매 패턴도 달라졌다.한도가 없어 못산다고 푸념하던 소위 고가 우량주들을 조심스럽게 팔기 시작했다.장외에서 프리미엄을 주고 사야했던 삼성전자 주식이 최근 외국인 기관간에 장내매매로 이뤄졌다.LG전자.이동통신등의 매도도 눈에 띄고 있다.반면 한때 쳐다보지도않던 건설.은행주등 내수관련주들을 조금씩 사모으고있다. 92년 국내주식시장 개방 이후 장세를 이끌어오던 외국인투자가들의 이같은 변화와 관련, 앞으로 주식시장이 새로운 국면에 들어서는게 아니냐는 성급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에대해 동방페레그린의 백경화(白京和)이사는 『외국인 투자가들이 한국시장에 대해 실망하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며 『오히려최근 한국주식에 투자하려는 투자가들의 발걸음이 크게 늘고 있다』고 밝혔다.
자딘 플레밍의 필립 스마일리 서울지점장도 한국시장은 아시아에서도 가장 유망한 시장이라고 전제하고 『외국인들이 주식을 파는것은 현금보유를 늘려 다음 장세호전때 유망종목을 고르기 위한 방어적 투자 전략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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