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前轍-앞 수레의 바퀴가 남긴 자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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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이자 송(宋)의 문호(文豪)였던 사람중에 소순(蘇洵)이라는 자가 있다.우리에게는 그다지 귀에 익지 않은 인물이지만 그가 바로 소동파(蘇東坡)의 아버지라고 한다면다들 머리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그에게는 두 아들이 있었는데 큰 아들이 소식(蘇軾,호 東坡)이고 작은 아들이 소철(蘇轍)이다.軾이나 轍에게는 모두 「車」자가 있으므로 「수레」와 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한번은 소순이 두 아들의 이름을 짓게된 까닭을 밝힌 적이 있다.軾은 본디 수레 앞에 가로로 걸치는 나무인데 바퀴나 굴대처럼 직접적인 기능을 수행하진 않지만 그래도 軾이 없는 수레는 있을 수 없다.곧 소순은 소동파에게 「軾」처럼 얼 핏 보아서는없어도 그만인 것 같지만 막상 없으면 안되는 그런 사람이 될 것을 기대했던 것이다.과연 소동파는 그렇게 인생을 살았던 사람이다. 한편 轍은 수레의 바퀴 자국을 뜻한다.천하의 모든 수레는 길에 나 있는 바퀴 자국을 따라가야 한다.그럼에도 다들 수레의 공을 칭송할 뿐 그 수레가 무사히 지나갈 수 있도록 도와준 바퀴 자국의 공을 눈여겨 보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轍은 화복(禍福)을 좌우한다.만약 바른 길로 난 자국이라면 뒤 따르는 수레는 안전하겠지만 잘못 나 있는 자국이라면곤두박질치게 될 것이다.앞서 지나간 바퀴 자국이 前轍이다.전철은 유익할 수도 있고,해가 될 수도 있다.흔히 「전철을 밟지 말라」고 한다.물론 잘못 난 바퀴 자국을 두고 하는 말이다.전철을 되풀이해 역사의 오명(汚名)을 뒤집어 쓴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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