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살이 팍팍해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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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안양에서 서울 광화문으로 출퇴근하는 김종호(37·회사원)씨는 지난달부터 승용차를 집에 두고 다닌다. 기름값을 감당하기 힘들어서다. 김씨는 “월급은 오르지 않는데, 물가가 너무 올라 갈수록 사는 게 팍팍해진다”고 말했다.

게다가 김씨가 이용하는 대중교통 요금도 인상 압력이 커지고 있다. 다른 공공요금도 마찬가지다. 국제 유가·원자재가가 계속 오르니 정부로서도 버틸 재간이 없기 때문이다.

23일 통계청이 발표한 ‘1분기 가계수지동향’에 따르면 물가가 치솟는 바람에 실질소득(물가를 감안한 소득)은 제자리인데, 생활비와 세금·연금·건강보험료는 크게 올랐다. 빈부 격차도 커지고 있다. 상위 20% 계층의 소득이 하위 20%에 비해 8.41배 많았다.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가장 큰 격차다.

◇가계부 비상=주부들은 가계부 쓰기가 두렵다. 소득은 느는 둥 마는 둥인데, 생활비나 세금·보험료는 확 늘었기 때문이다. 1분기에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341만원으로 1년 전보다 1.2%(실질소득 기준)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광열·수도비(연료·전기·수도비)는 14.6%나 올랐다. 교통비도 7.5% 증가했다. 세금과 국민연금·건강보험료도 12.6% 증가했다.

이에 따라 1분기 가구당 평균 흑자액은 58만7800원에 그쳤다. 1년 전에 비해 1.6% 줄어든 것으로, 흑자액 감소는 2005년 3분기 이후 처음이다. 특히 소득 하위 20% 계층은 44만원의 적자를 냈다.

◇다가오는 공공요금 인상=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교통요금과 도시가스·전기요금 같은 공공요금이 하반기에 인상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동안 정부가 억지로 요금을 눌러왔으나 원유·원자재값이 계속 오르면서 한계에 다다르고 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공공요금 동결 원칙은 상반기까지 적용하기로 한 것”이라며 “가격 인상 요인이 커진 만큼 하반기에 어느 정도 요금을 현실화하는 게 더 큰 문제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한국도시가스는 요금에 반영하는 원료비가 ㎥당 504원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수입가격을 그대로 반영하면 ㎥당 100원(20%) 이상 올려야 한다”며 “그동안 올리지 못하면서 인상 요인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고 말했다. 한국전력은 2006년 이후 기름값 상승을 전기요금에 반영하지 못했다. 경유값 인상으로 버스업계도 요금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경기도 최대 버스운송업체인 경기고속은 매달 55억여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휘발유 전국 평균 1816원=석유공사에 따르면 서울 광진구 능동의 K주유소의 경유값이 23일 L당 2025원이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A주유소도 경유값이 L당 1999원으로 조사됐다. 이번 주 전국의 휘발유값은 전주보다 L당 48.76원 오른 1816.98원으로 사상 처음 1800원 선을 넘어섰다. 강남구 주유소 가운데 L당 휘발유값이 2000원을 넘은 곳이 8곳으로 늘어났다.

김영훈·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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