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MB 최대 실수는 쇠고기 수입과 FTA를 엮은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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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무소속 의원(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내용에 대해 직격탄을 날렸다. 22일 저녁에 방송된 CBS ‘시사자키 고성국입니다’에 출연해서다.

유 의원은 이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에 쇠고기 협상 문제나 강부자 내각의 인사 문제 등 국민의 관심사에 대한 구체적인 원칙이나 시정방안이 빠진 “추상적인 사과”에 불과해 기대에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또 미국 쇠고기 수입에 관한 장관 고시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찬성을 못하는 상황이라면 당연히 수정고시안을 만들고 시간을 더 갖는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요약.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를 본 소감은.

“국민들 앞에 겸손하게 내 탓을 하는 건 좋은 것 같다. 그런데 국민들은 단순히 대통령의 추상적인 사과를 받고 싶다기보다는 대미관계나 쇠고기 문제 등에 대해 실사구시적으로 잘잘못을 따지고 어떻게 더 잘할 건지 구체적인 기대가 있었던 것 아닐까,라고 생각해본다면 다소 미흡한 느낌이 있다.”

- 통상적으로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할 때 그런 구체적인 내용까지 넣나.

“지금 전 국민의 관심사가 쇠고기 협상 문제나 강부자 내각 등에 대한 인사문제인데, 그런 문제에 대한 원칙이라도 말씀하시고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구체적으로 말씀하셨다면 국민들이 받아들이기 더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대통령 담화 이후 쇠고기 수입에 대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장관 고시가 예정대로 갈 것 같은데.

“그게 이해가 안 되는 대목이다. 참여정부 때는 통상적으로 미국 행정부 쪽에서 외교적인 혹은 국제통상과 관련된 문제를 담은 장관고시 같은 건 입법예고를 90일로 해달라고 계속 요구했다. 외교통상부에서도 그런 입장이었다. 그래서 우리가 통상 관련된 것은 최소한 60일 하자고 했다. 그런데 딱 보름 입법예고를 하고 그렇게 간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 원래 입법예고를 하는 건 예정된 고시 내용에 대한 국민 반응을 듣고자 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그것에 대해 찬성을 못하는 상황이라면 당연히 수정고시안을 만들고 시간을 더 가지는 게 합리적이라고 본다.”

-당장 23일 장관해임 결의안이 통과돼도 장관 고시를 예정대로 하고 사태가 다 끝나고 난 뒤 해임한다면, 실제로 쇠고기 협상과 관련해서는 별 의미가 없는 것 아닌가.

“쇠고기 협상은 이미 미국과 합의를 했기 때문에, 장관을 해임한다 해서 바뀌는 건 없을 것이다”

- 이명박 대통령이 담화에서 ‘이제 쇠고기 문제의 국면은 정리하고 FTA 문제로 가길 간곡하게 호소한다’고 말했다.

“그게 이명박 대통령께서 실수하신 게 아닌가 싶다. 참여정부 때도 한미 FTA 협상과 쇠고기 수입과 관련된 위생검역조건 협상, 약가제도 변경에 관한 협상을 동시에 했다. 한미 FTA에 대해서는 비준해야 한다는 여론이 훨씬 높았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께서 이번 협상을 통해 쇠고기 문제를 FTA와 함께 엮어버렸다. 그 바람에 쇠고기 수입협상이 잘못된 것에 대한 국민들의 반대가 워낙 심해서 FTA 반대여론도 2배 이상 높아져서 지금 반대여론이 50%가 넘는다. 그러니까 이걸 처음부터 분리해서 하기 위해 무척 노력했던 거다.”

- 정부는 ‘쇠고기 협상과 FTA는 별개의 문제’라고 주장하는데.

“원래 별개의 문제였고, 사실상 별개의 문제다. 그런데 문제는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그걸 묶어버리는 실수를 이명박 정부가 한 것이다. 지금은 떼고 싶어도 뗄 수가 없게 되어 있다.”

-당분간은 FTA 문제를 다루기가 어렵지 않을까.

“다음주에 장관 고시를 강행하더라도 앞으로 그 고시에 따라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은 미국 쇠고기가 계속 들어올 가능성 또는 실질적으로 들어올 것이기 때문에 그때마다 굉장히 큰 국민적 저항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며칠 미뤄서 될 문제가 아니라 처음부터 새로 생각해봐야 하지 않나 싶다.”

- 참여정부 때도 노무현 대통령이 장관이나 각료 해임 요구를 받은 적이 많았었는데.

“그럴만한 사유가 있으면 받아들여야 한다. 장관이 크게 잘못한 게 있거나 큰 하자가 있으면 받아들여야 한다. 예전에 김두관 행자부장관 해임건의안을 통과시킬 때처럼 장관이 책임져야 할 일도 아닌데 정치공세로 하면 좀 답답할 것이다. 자기가 임명해서 함께 손발 맞춰서 일하는 사람인데, 야당에서 그렇게 해서 내쫓자고 하면 대통령은 괴롭다.”

- 그런 괴로움을 감수하고 해임하는 것이 결국 정도였다고 평가하는 건가.

“그렇다. 대통령이나 장관들은 정당한 이유가 있건 그런 게 부족하건 간에 뭔가 잘못되면 비판받고 욕먹는 게 업무 중 하나다.”

- 소통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특별한 왕도가 있겠나. 이명박 대통령께서 소통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그건 옳은 얘기다. 국민 앞에 겸손하게 하겠다는 것도 지당한 말씀이다. 하지만 지금 그런 말씀 하실 때는 아니고, 그렇게 행동하셔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진심을 가지고, 일을 결정하기 전에 먼저 국민여론을 살펴야 한다. 이번처럼 국민여론을 도외시하고 자기 혼자 전략적 판단에 따라 일을 해버리고 나면 후폭풍을 감당하기 어렵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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