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락한 비리지도자들-재벌회사.은행서거액뇌물 伊총리 크락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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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지난 81년 거액의 자금을 스위스에 조직적으로 빼돌려온 한 비밀결사조직을 추적하던 이탈리아 경찰은 그들의 근거지에서 「베티노 크락시를 위한 클라우디오 마르텔리」라 적힌 메모를 발견한다.베티노 크락시와 클라우디오 마르텔리는 당시 이 탈리아 사회당의 최고 거물들.
그러나 수사는 83년 베티노 크락시가 최연소 총리로 당선되면서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그로부터 10여년후인 92년2월9일.「깨끗한 손(마니 풀리테)」의 기치아래 본격적으로 검은 돈에 대한 수사를 벌이던 당국은 크락시가 80년부터 이권청탁의 대가로 뇌물을 챙겨왔으며 수백만달러에 달하는 돈을 자신의 친구 명의로 스위스 은행에 예치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대표적인 사례는 82년 도산위기에 놓인 이탈리아 최대은행 암브로지아노은행에 5,000만달러의 구제금융을 대출받을 수 있게알선한다는 조건으로 700만달러를 챙긴 것.이밖에도 재벌회사 페루지그룹으로부터 불법정치자금을 받았으며 로마의 지하철 건설공사 계약을 둘러싸고 피아트사로부터도 뇌물을 수수한 사실이 밝혀졌다. 결국 징역형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안 크락시는 94년3월 지중해 연안의 튀니지로 도주의 길을 떠난다.
이탈리아 법정은 그후 궐석재판을 열어 여러 부패혐의에 대해 각각 8년6개월과 5년6개월,그리고 4년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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