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씨 부정축재 사건-청와대 뒷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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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盧전대통령이 검찰에 출두했다.그가 출두할 때까지 청와대등의 뒷얘기를 정리해 본다.
…청와대는 당초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캐나다순방중 사건이 터지자 金대통령에게 수위높은 대응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한승수(韓昇洙)비서실장과 이원종(李源宗)정무.김영수(金榮秀)민정수석등 관계자들은 사건이 이처럼비화될줄은 짐작하지 못했고,또 盧전대통령 비자금이 1,000억원대를 넘기리라고는 생각조차 못했다.
따라서 청와대는 첫단계에서 盧전대통령의 구속은 커녕 조사방법조차 전직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지배적이었다.金대통령도 첫 보고를 받고 수석들에게 『그럴 수가있느냐』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이때만 해도 金대통령은 이홍구(李洪九)총리에게 철저한 수사를지시해놓고도 대외적으로 발표하지 않았다.그러나 盧전대통령측에서대국민사과와 비자금 전액의 국가헌납의사등을 표명하는 시기를 늦추면서 金대통령의 귀국을 기다리는 듯한 태도를 보이자 분위기는점차 강경쪽으로 돌기 시작했다.비자금의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결국 金대통령은 『법대로 철저히 조사한다』는 발언을 내놓기에 이르렀고,발언 수위도 단계적으로 높아져 귀국후에는 『법앞에 만인이 평등하다』『정치적 타 협은 없을 것』이라는등 초강경발언을 하게됐다.
귀국후 보고에서도 李총리와 김윤환(金潤煥)민자당대표,청와대 일부수석은 盧전대통령을 구속하지 않고 기소만 하는 선으로 건의했다는 후문이다.그러나 민주계 일부에서는 『미온적으로 대처하면金대통령에게까지 불똥이 튄다』『잘못하면 내년 총 선도 못치른다』며 차제에 6공과 선을 긋자는 주장을 하기에 이르렀고 여기에金대통령 특유의 정면돌파 성향까지 가미돼 『비자금이 아니라 부정축재』라는 말까지 나오게 됐다.
물론 아직까지 청와대내에서도 정치적 부담을 고려한 불구속 주장이 없어지지 않은 상태다.
…청와대는 처음 사건이 터졌을 때부터 盧전대통령측과 막후채널을 가동하려 했으나 연희동에 「사람」이 없어 몹시 고심했다는 후문이다.盧전대통령측은 사과문을 쓸때까지도 6공인사들이 나름의정비된 체제를 갖추지 못해 우왕좌왕했다는 것.그 러나 정해창(丁海昌)전비서실장과 김유후(金有厚)전 사정수석이 가담하면서 간신히 양측의 기류나마 전달할 수 있었다는 것.청와대 관계자들은『어떻게 대통령을 지낸 쪽에 그렇게 사람이 없을 수 있느냐』고혀를 내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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