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드라이브>가평~청평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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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삐리릭 삐리릭.』 이름모를 산새가 청아한 소리를 내며 산너머로 날아간다.강물에 비스듬히 비치는 오후의 햇살이 따갑다.평소 그냥 지나치는 물풀도 이곳에서는 만추(晩秋)의 아름다움을 장식하는 소품역할을 한다.
『첨벙.』 시간마저 정지된 듯한 청평호반에 낚싯대 드리우는 소리만이 간간이 적막을 깬다.그것도 잠시.호반의 오후는 또 다시 가을속으로 잠긴다.
가평에서 청평으로 이어지는 363번 지방도로상의 금대리는 낚시하기에 좋은 포인트다.평일에도 10여명의 강태공이 가을을 낚는다.만(灣)처럼 깊숙이 들어온 마을앞 물가는 수초가 우거지고수심도 깊지않아 주말이면 많은 꾼들이 찾는다.
가평~청평코스는 3㎞정도 포장길을 제외하고 서울근교에서는 보기드문 오프로드(비포장길)다.중간중간 길이 울퉁불퉁하지만 승용차로 달리기에 어려움이 없다.
길 왼편으로 화천에서 남이섬을 거쳐 청평댐으로 흘러내리는 북한강이 동행한다.산모퉁이를 넘으면 누렇게 물든 은행.굴참.떡갈나무가 파란 하늘과 조화를 이루며 늦가을의 아름다움을 한껏 뽐낸다. 경춘가도를 따라 가평을 거쳐 남이섬입구까지의 길은 잘 포장돼 있다.남이섬입구에서 야트막한 고개를 넘으면 삼거리가 나온다.전원주택 공사장 팻말을 따라 조금 달리면 오프로드가 시작된다. 비포장도로는 약 20여㎞지만 지루하지 않다.고갯길에 오르면 남이섬에서 들려오는 앰프소리가 더욱 가깝다.휴일이면 직장인.대학생.가족단위의 나들이객으로 붐비는 남이섬이 발아래 펼쳐진다.모터보트가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강심을 수놓는다.
천천히 달리다 보면 차 한대 지나갈 정도의 좁은 길도 나타난다.바람에 흩날리는 낙엽에서 진한 정취를 흠뻑 느낀다.
비포장길이 끝나고 약 2㎞구간의 포장길이 나타난다.삼거리에서우측 포장도로는 한국전력 청평양수발전소를 거쳐 경춘가도 상천휴게소와 만난다.양수발전소는 국내 최초의 지하발전소로 심야에 북한강 물을 끌어올려 호명저수지(해발 538)에 저장했다가 낮에40만㎾의 전력을 생산한다.단체관람이 가능하며 견학신청은 거주지 관할 한국전력사업소에서 받고 있다.
왼편 비포장길을 따라 4㎞여를 달리면 한국스포랜드((02)325-4400)입구.수상레포츠 설비와 33개의 객실.식당 등을갖추었으며 입구에서 3㎞를 더 들어간다.
「샤갈의 마을((0356)84-4390)」은 스포랜드입구를 지나치면 나타난다.「샤갈의 마을」에는 최근에 지은 조그마한 카페가 하나 있다.오솔길을 따라 수북이 쌓인 낙엽을 밟으며 걷는맛이 그만이다.
땅거미 내려 앉는 저녁나절 카페 창밖의 호수에는 발을 드리운가을의 그림자가 손짓한다.그래서 주말이면 젊은 연인들의 발길이잦다. 8㎞를 더 가야 비포장도로가 끝나고 여기서 약3㎞를 달리면 청평댐이다.댐 바로 전에는 카페 「항아리((0356)84-8682)」가 있다.
어둠이 내리면 하나 둘 켜지는 건너마을의 등불과 댐을 밝히는불이 호수에 어릴 즈음 테라스에서 바라보는 청평호반의 야경은 너무 황홀하다.특히 9월부터 11월사이 조용히 피어나는 물안개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돌아올 때는 대성리~마석으로 이어지는 46번 국도보다 청평댐을 건너 문호리~양수리~팔당교를 거쳐 서울로 이어지는 길을 이용하는 것이 한결 수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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