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소재 TV.프로 인기-비자금 파문에 금전문화 맞물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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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조세형으로부터 「대도」라는 타이틀을 물려받은 노태우씨의 비자금 파문으로 요즘 어딜 가도 돈이 화두에 오르고 있다.
이런 세태를 반영이라도 하듯 돈을 소재로 삼는데 지극히 보수적이던 TV들이 돈을 매개로 한 오락프로를 신설하는가 하면 돈을 소재로 한 기존 프로의 인기가 높아져 관심을 끈다.
지난 3월 신설된 KBS-2TV『쇼 진품명품』(일 오후5시)은 쇼프로로는 흔치 않게 현재 20% 안팎의 시청률을 기록하고있다.MBC도 돈을 소재로 한 신설프로 『세일즈 특급 세계로 세계로』(토 오후4시50분)를 21일 첫방송했다 .
이 프로들의 제작스타일을 살펴보면 우리TV와 국민의 돈에 대한 이중적 태도를 발견할 수 있어 흥미롭다.
『쇼 진품명품』은 출연자가 자신의 골동품 가격을 매기면 감정단이 정확한 시가를 판정해주는 프로로 시청자는 두 가격간의 차이를 예상하면서 재미를 느끼게된다.
『세일즈…』는 세일즈엔 문외한인 연예인들이 외국에 나가 우리물건을 팔면서 흥정과정에서 빚어지는 각종 해프닝을 소개하는 내용이다.이들 프로는 돈에 대한 시청자의 관심을 흥행원천으로 삼고 여태껏 TV가 꺼려온 돈액수 밝히기를 주저하지 않는다는데 특징이 있다.
그러나 제작방식은 정반대다.가능한한 돈냄새를 풍기지 않고 탈경제적 윤리를 주제로 내걸어 프로의 「체면」을 지키고 있다.『쇼 진품명품』은 골동품 가격을 매기기만 할뿐 즉석매매등 쇼적 요소는 철저히 배제하고 있다.기획자 신상용PD는 『이 프로에서돈은 골동품의 가치를 표시하는 지표로만 봐야한다.주제는 골동품발굴과 역사공부』라고 말한다.
『세일즈…』또한 판매대상을 저가의 국산품에 한정하고 판매수익은 유니세프기금으로 전액기증하는등 프로의 「품격」을 지킬 장치들을 마련해 놓고 있다.
방송전문가들은 이처럼 돈을 소재로한 프로들이 새로 등장하는등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공개적으로 돈얘기를 꺼리지만 실제로는 돈을 좋아하는 우리의 이중적 금전문화와 무관하지 않다』고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돈을 주제로 한 프로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 증가는 노골적으로 「돈놓고 돈먹는」프로의 출현을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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