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군사 목적 우주 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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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일본 자위대가 우주 공간을 군사적 목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우주기본법안이 21일 국회에서 확정됐다.

일본은 무력 사용을 금지하는 평화헌법의 정신에 따라 1969년 국회에서 ‘우주를 평화적 목적으로만 이용한다’고 결의했다. 그래서 북한을 감시하는 첩보위성도 자위대가 아닌 총리실에서 관할하고 있고, 군사적 목적의 우주 기술 개발도 자제해 왔다. 그러나 이 법이 제정되면서 일본은 미국·러시아 등의 우주 군사강국 대열에 합류할 발판을 마련했다. 교도(共同)통신은 “‘침략 아니면 평화적 목적’이라는 해석을 도입해 방어 목적의 방위 범위 안에서 우주를 군사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보도했다.

일본은 이제 고성능 정찰위성이나 미사일방어(MD) 체제의 핵심인 미사일 감시위성도 도입할 수 있게 됐다. 통신위성·통신감청위성 등의 독자 개발도 가능해졌다. 자위대는 98년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이후 지난해 6월까지 총 4대의 정보 수집 위성을 발사해 한반도를 24시간 감시할 수 있는 체제를 갖췄다. 그러나 민간 분야 기술이어서 해상도 등 정보 수집 능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 법의 또 다른 목적은 우주산업 활성화다. 정부가 우주 관련 예산을 투입해 민간기업들의 우주산업 개발과 인재 확보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일본 정부는 이를 위해 1년 내에 내각에 총리를 본부장으로 하는 ‘우주개발전략본부’를 신설키로 했다.

그러나 일본 내에서도 반발은 있다. 일 공산당은 “우주에서의 군비 확장 기본법”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최근 사설에서 “우주기본법 탄생 배경에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같은 외부 위협이 있었지만, 군사적 우주 이용의 범위가 애매한 만큼 어떤 행태로든 제동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사히 신문은 “새 법안에 따른 우주의 방위 이용, 방위 목적의 정보 수집 및 활동 등에 대한 범위가 향후 논란의 초점이 될 것”이라며 “주변 국가들과의 관계를 다각도로 생각하면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쿄=박소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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