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파문 악순환 끊는 계기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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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이 온 나라를 들끓게 하고 있지만 이 파문이 가라앉고 난 뒤엔 한국경제에 도움이 되는 선(善)순환을 기대해 볼 수도 있다.
첫째 노태우(盧泰愚)씨 개인이 쥐고 있던 그 어마어마한 규모만큼은 아니겠지만 기업이 벌어들인 돈이 권력층에 대한 뇌물.로비등 기업외부로 빠져나가지 않고 생산적인 곳에 투입될 것이란 점이다. 둘째,기업인들은 「바칠 돈」걱정에서 해방될 것이다.하청업체에 떠넘기거나 수율(收率)을 속여 비자금을 만드는 그릇된장부조작도 없어질 것이다.
셋째,공인회계사들은 「상기 재무제표가 재무상태와 경영성과를 기업회계기준에 따라 적정하게 표시하고 있다」는 주석을 단 감사보고서에 서명하기전 한번 더 생각하게 될 것이다.한마디로 「정보원(源)」으로서 대차대조표와 손익계산서에 대한 감사보고서를 작성하는데 보다 신경쓸 것이란 얘기다.
넷째,정부는 시급히 추진해야 할 사업들, 즉 공항.도로.항만.통신등에 대한 정책방향 설정 또는 줄지어 있는 민영화로 기업을 길들이겠다는 생각을 버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특혜시비도 크게 줄어들어 공공정책의 효율성이 증대될 것이다. 다섯째,낡은 금융관행이 바뀔 것이다.계수 늘리기에서 벗어나 진정한 금융서비스업으로 변신하는 계기로 삼을수 있다.
마지막으로 금융실명제가 하나의 생활양식으로 국민 모두에 뿌리내릴 가능성이 크다.
이는 사회 구석구석에서 불필요한 낭비를 제거해 새로운 성장동인(動因)으로 작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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