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週를열며>聖者의 미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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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난해 8월,스위스 코(CAUX)의 도덕재무장(MRA)본부 마운틴 하우스에서 「위기속의 지역」이란 주제로 세계대회가 열렸을 때 「캄보디아평화원탁회의」도 함께 열렸다.
캄보디아의 여러 정파대표들과 함께 캄보디아국민의 정신적 지주이고 불교계의 큰 지도자 마하 고사난다스님도 그 회의에 참석했다.그 스님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은 캄보디아의 성자(聖者)가 온다며 그분을 맞는 기대가 대단했다.
마하 고사난다스님이 오던 날,세계 각국에서 모인 수백명의 참석자들은 스님을 영접하기 위해 도열했고 그분이 당도하자 4명의흑인청년들이 언덕 위에서 평화의 메시지가 담긴 노래를 불러 캄보디아의 평화를 상징적으로 염원했다.
주황색 가사를 입은 작은 체구의 마하 고사난다스님,수백명의 시선이 자신에게 쏠리고 있음도 잊은듯 담담한 표정으로 노래를 듣고 서있는 그분의 모습은 탈속(脫俗)의 거인처럼 느껴졌다.많은 사람들이 서슴지 않고 「성자」라고 부르는 마하 고사난다스님에 대한 각별한 기대감 때문에 필자는 작은 것도 놓치지 않으려고 그분의 일거수일투족에 마음눈이 따르고 있었다.
언젠가부터 필자는 다른 나라를 여행할 때 그 나라의 풍물이나문화유적지에 대한 관심보다 그 고장의 인정이나 인심을 접하는 일에 더 흥미를 갖게 됐고,마음씨 좋은 사람이나 훌륭한 인물을만날 때면 더할나위 없는 기쁨과 행복감을 느끼 곤 한다.
그곳에서의 몇날동안 마하 고사난다스님은 단상에 올라 설법할 때가 아니면 침묵을 지켰다.
그분의 침묵은 여느사람과 달라 보였다.비록 많은 사람과 함께있을지라도 자신과 상관되는 일이 없을 때는 오롯한 정념(正念)의 세계에 깊이 몰입하고 있는듯 했다.
좀처럼 말문을 열지 않는 그분은 사람을 대할 때면 만면에 인자한 미소를 머금고 그윽한 눈빛으로 상대방을 바라다보았다.그러한 그분의 모습에서는 더 낮출 수 없는 겸손함도 느낄 수 있었다.세계에서 온 많은 사람들은 그분의 그러한 모습 을 가까이에서 보고 싶어 했다.
마하 고사난다스님의 조용한 미소는 조금은 수줍은듯이 보인다.
그분의 미소는 자비로우면서도 천진스럽기까지 해 그분의 미소를 접하고만 있어도 마음이 절로 선(善)해지고 사람에 따라 서로 다른 영감을 얻는 듯 했다.어떤 사람은 그분을 만 나면 마음의평화를 얻는다고 하고,또 다른 사람은 자신의 영혼이 깨끗해지는도움을 받는다고 했다.또 어떤 사람은 그분을 대하고 있으면 일만 근심이 절로 눈녹듯 한다고도 했다.
마하 고사난다스님은 한마디의 말을 빌리지 않고도 인자한 미소만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무한한 영감과 감동을 주고 있었다.스님의 그같은 미소는 일체 생령(生靈)을 사랑하는 자비심과 수도로닦인 고매한 인격에서 배어나오는 향기처럼 느껴졌 다.
마하 고사난다스님은 요 몇년동안 계속 노벨평화상 수상 후보로추대돼 오고 있기도 하다.
『자! 천천히 천천히,한걸음 한걸음,평화를 오게 하자.캄보디아와 세계에.』 그분이 이끄는 담마 야웨트라(Dhamma Yietra)평화순례대행진은 캄보디아의 승려나 국민 뿐만 아니라 평화를 사랑하는 지구촌 사람들이 동참하고 있다.
스님은 나라 안에서 삶을 지탱할 수 없어 망명생활을 하고 있는 캄보디아 사람들을 돌보고 다독거리기 위해 세계 각지를 여행한다.그분은 마른 자리,고요한 곳에서 자신만을 위해 수도하지 않는다.인명(人命)을 살상하는 지뢰를 이 지구상에 서 영원히 추방하자고 빈에서 호소한다.
그리고 자신을 기다리는,고통받고 슬픈 사람들을 위해 그 허름한 주황색 보따리 하나를 들고 노구(老軀)를 이끌며 홀로 지구촌을 순례한다.
(원불교 강남교당 교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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