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씨 비자금 파문-財界 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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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이젠 기업 차례다.』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의 비자금에 대한 검찰 수사에서 기업 발행 수표가 다수 발견됐으며 기업인 소환 조사가 임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재계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또 정기인사와 내년 사업계획 수립등 연중 가장 바쁜 시점에 불어닥친 비자금 한파로 향후 사업계획 수립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기업들은 특히 이번 사태가 단지 뇌물 수수 차원이 아닌 6공청산 차원으로 확대되고 있는 점과 관련,향후 예측 불가능한 타격을 입을지도 모른다며 불안해 하고 있다.
◇직접 타격=재계의 가장 큰 걱정은 다가온 기업 수사.
5,6공을 거치면서 크고 작은 비리사건이 터질 때마다 관련 기업들이 홍역을 치러오긴 했지만 이번에는 그 파장이 과거 어느때보다도 클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전직 대통령과 관련된 사안인데다 그룹 총수들이 직접 간여했을가능성이 높고 수사당국에서도 적극적인 진상 규명 의지를 보이고있기 때문.
당장 S.D.H그룹등은 『우린 절대 관계없다』는 강력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구설수에 오르면서 유.무형의 타격을 받고있다. 특히 비자금 제공수준이 아닌 돈 세탁 또는 비자금 관리에 연루된 것으로 밝혀질 경우 해당 기업의 이미지 실추는 물론국제적으로도 망신을 당할 것을 걱정하는 분위기다.
전경련은 재계의 본산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태를 맞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한 관계자는 『91년 8월 무역협회.상의 등과 함께 50억원의 선거자금을 걷어준뒤 정치자금 모금에는 일절 간여하지 않아 걱정할 것이 없다』면 서도 내심 긴장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간접 타격=사업일정이 연기되거나 투자를 늦추는 등 기업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점도 기업들이 크게 우려하는 대목.
금융권이 몸을 사리며 대출받기가 어려워질 전망인데다 정국 전망도 불투명해 큰 사업을 의욕적으로 펼쳐나가기가 힘들어졌기 때문. 그룹마다 연말 정기 인사가 늦어질 가능성이 있고 전자업계의 경우 반도체 해외투자등이 일부 늦춰질 움직임마저 이미 보이고 있다.위기대처 능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소기업들도 연말 자금 성수기를 앞두고 터진 비자금 파문에 위기감이 확 산되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번 사태가 기업내 6공인맥을 교체하고 깨끗한 경영을 촉진하는 역할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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