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한파 기습-주가 폭락 금리는 껑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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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설로만 돌았던 노태우(盧泰愚)전 대통령의 거액비자금계좌가 사실로 확인되면서 주가가 곤두박칠쳤다.자금시장에도 회사채를 비롯한 시장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서는등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 파문으로 인한 불안감이 감돌고 있다.
은행.투금사등 금융기관 관계자들은 사태가 어디까지 발전할지를놓고 술렁이고 있다.당장은 아니지만 비자금 조성경위가 밝혀지고규모도 확대될 경우 금융권에 미칠 충격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기때문이다.
23일 주식시장에서는 선경.동방유량등 비자금 파문의 주인공인노 전대통령과 관련있는 상당수 기업들이 하한가를 기록했다.이에따라 종합주가지수도 21일보다 23.11포인트가 급락한 976.39포인트를 기록했다.
오전까지만 해도 비자금 파문과 아랑곳 없이 금리가 떨어지던 자금시장도 오후 들어 흔들리기 시작했다.지난주 하락을 거듭,주초 11%대 진입이 전망됐던 회사채 금리가 이날 오후 들어 거래가 끊긴 가운데 상승세로 반전,12.08%로 장 을 마감했다.은행.투금사등 채권시장의 큰 손들이 손을 놓은채 지켜보자는 입장을 취했기 때문이다.
금융기관 관계자들은 『시중에 자금이 풍부한데 당장 무슨 문제가 있겠느냐』며 애써 느긋한 표정을 짓는다.실제로 거액예금이 많은 H은행 신탁창구와 투금사 창구 관계자는 『고객들의 현금인출이 늘어나는 것도 없고 평소와 같은 모습』이라며 거액투자자들의 움직임을 설명한다.명동에서 사채중개업을 하고 있는 K씨도 『이런 일이 있으면 거액전주(錢主)들은 꼼짝않는게 속성』이라며명동일대 사채시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이날 일부 국회의원들이 『또다른 거액차명계좌를 알고 있다』는 식의 폭로성 발언을 계속하자 비자금 파문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시중은행의 K전무는 『비자금 사건이 경제전체에 충격을 줄 가능성은 없다』며 『그러나 합의차명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 발생할가능성이 커 언제 어디서 문제가 발생할지 불안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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