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봤습니다] 사브 9-3 컨버터블, 210마력 터보의 힘 … 완벽한 코너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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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보엔진 차를 타면 일반 엔진은 못 타요.” 카 매니어인 국내 자동차 업체 관계자가 했던 말이다. 그만큼 터보엔진의 가속력이 뛰어나다는 설명이었다. 무심코 넘겼던 이 말을 사브 9-3 컨버터블을 만나고 나서야 실감했다.

나들이객으로 북적이는 5월 초 연휴, 사브 9-3 컨버터블 시승을 위해 한적한 북악스카이웨이로 향했다. 막히는 도로에서는 터보엔진이 본성을 드러내지 않는다. 앞에 차가 없는 오르막길에서 속도 좀 내볼까 싶어 가속페달을 힘껏 밟았다. ‘부웅’하는 엔진음과 함께 터보 게이지의 바늘이 올라가고 순간 몸이 뒤로 밀착된다. 210마력을 내는 2000cc 터보차저의 힘이 놀랍다. 일반 세단과는 확실히 다르다. 굴곡이 심한 길이라 약간 겁이 날 정도였다.

핸들링은 정교했다. 구불구불한 산길에서 코너링을 반복했지만 불안함이 없이 조종하는 대로 움직였다.

차를 주차시키고 디자인을 살펴봤다. 항공기 날개 모양을 따왔다는 앞 그릴은 기존 모델보다 더 커졌다. 헤드램프는 끝이 더 날카로워졌고 얇은 검은색 테를 마치 아이라인을 그린 것처럼 둘러 또렷함을 더했다. 젊고 역동적인 디자인이 컨버터블과 어울린다. 컨버터블을 타면서 뚜껑을 열어보지 않을 수가 없다. 버튼을 누르고 있으면 ‘지잉’ 소리와 함께 검은색 소프트 톱이 열린다. 완전히 열리는 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20초. 탁 트인 해방감은 어떤 세단도 줄 수 없는 매력이다.

소프트톱 컨버터블이다 보니 눈에 띄는 단점도 있다. 일단 톱을 닫아도 바깥 소음이 새어 들어온다. 신호대기 중에 옆에 트럭이라도 서 있으면 꽤 시끄럽다. 괜한 걱정인지 모르지만 톱을 일부러 찢거나 하는 ‘테러’의 위험도 신경쓰인다. 대신 중간에 비가 꽤 많이 왔는데도 방수는 확실히 됐다. 또 몇 가지 단점에도 불구하고 소프트톱이 하드톱보다는 정통 스포츠카의 느낌을 살릴 수 있다.

9-3 컨버터블은 4인승이다. 뒷자리는 생각보다 넉넉한 편이지만 문이 두 개뿐이어서 타고 내리긴 좀 불편하다. 컨버터블이라는 게 원래 실용적이지 않은 차이니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5290만원.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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