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호크 ‘더 쉽게, 더 싸게’ 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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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분석미국 하원이 대외군사판매제도(FMS)에서 한국의 지위를 격상하는 법안을 15일(현지시간) 가결시킨 것은 새 정부 들어 한·미 동맹 관계가 한층 강화된다는 실증이다. 한국이 1990년대부터 미국 측에 한국의 지위 격상을 요청해 왔지만 이제야 미 하원이 수용한 것이다.

FMS는 미국 업체가 무기 등 군사장비와 물자를 외국에 판매할 때 미 행정부가 중간에서 이를 보증하고 대행하는 제도다.

앞으로 이 법안이 미 상원을 통과해야 하는 의례적 절차가 남아 있지만 조만간 한국의 지위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나 일본·호주·뉴질랜드와 동등한 수준이 된다. 한·미 동맹이 미국의 안보에 사활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나토+3국’과 같은 수준으로 격상된다는 신호다. 지난달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의 관계를 단순한 군사동맹에서 전략동맹으로 끌어올리기로 한 합의가 반영된 셈이다.

우선 FMS에서 한국의 지위가 격상되면 미국으로부터의 무기 도입이 유리해진다. 미 정부는 무기를 해외에 수출할 때 의회의 까다로운 승인절차를 받는다. 그런데 미 하원이 한국의 지위를 높여줌으로써 수출 승인의 부담이 줄어드는 것이다. 미국은 전략적인 전투능력을 가진 F-15 전투기를 81년 일본에 수출했지만 당시만 해도 한국은 판매 대상국이 아니었다. 사정거리가 긴 공대지 미사일도 과거 한국은 수출 대상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이제는 기술적으로 민감한 고고도 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도 한국이 마음만 먹으면 어렵지 않게 도입할 수 있을 전망이다.

지위가 격상되면 무기 도입 절차도 편리해진다. 한국에 대한 미 의회의 무기수출 심의기간이 현재 50일에서 15일로 단축된다. 까다롭게 굴지 않고 심의한다는 의미다. 현재는 주요 군사장비의 계약액수가 1400만 달러만 초과해도 일일이 미 의회의 심의를 받아야 하던 것이 7500만 달러로 완화된다. 일반 군사장비인 경우는 심의 기준이 5000만 달러에서 2억 달러로, 미국의 설계기술을 도입해 한국에서 무기를 생산하는 경우는 2억 달러에서 3억 달러 이상의 사업으로 쉬워진다. 웬만한 건 심의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경제적인 이득도 있다. 무기 도입에 따른 계약행정비를 지금은 한국이 전체 계약금액의 1.5%를 지급한다. 하지만 지위가 격상되면 사안별로 0∼0.85%로 낮아진다. 계약금액이 1억 달러라면 150만 달러(15억원)에서 85만 달러(8억5000만원) 이하가 된다는 계산이다. 또 비순환비용(NRC·Non Recurring Cost)도 면제된다. NRC란 무기 개발 과정에 투자되는 연구개발비 등 초기 투자비용이다.

지위 격상에 따라 미국에서 도입할 무기를 익히기 위해 우리 요원들이 미국에서 교육받는 비용은 한국이 더 내야 하지만 계약행정비와 NRC 감면 액수보다는 많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이 지난해 미국으로부터 FMS 방식으로 계약한 미국산 무기는 모두 38건, 약 13억2000만 달러 규모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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