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 北美합의 1년-북한의 입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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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21일로 북한핵개발 동결의 대가로 정치.경제적 대가를 약속한북-미 기본합의문이 체결된 지 1년이 된다.지금까지 북한이 핵활동을 재개하지 않고 있음을 볼 때 기본합의문은 일정한 성과를거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그러나 합의문이 적지않은 문제점을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합의문은 북한의 의무이행과 그에 대한반대급부가 맞물려 진행되도록 고안된 것이라는 게 합의를 만들어낸 로버트 갈루치 미 핵대사의 주장이지만 북한 스스로가 합의 이행이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판 단하는 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결국 북한이나 미국,우리측 모두 불투명한 북한의 장래를 두고 「시간과의 줄다리기」를 하는 셈이다.기본합의문 이후 1년을 다각도로 조명해 본다.
제네바 북-미 합의는 북한의 체제및 정권유지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것으로 보인다.북한은 이 합의를 통해 중유를 공급받고 궁극적으로 경수로 지원이라는 실리를 얻어냈다.뿐만 아니라 미국과의 상시적인 대화채널을 확보함으로써 남한을 따돌 리고 미국과많은 문제를 직접 해결할 수 있는 외교적 개가까지 올렸다.
핵문제를 둘러싸고 미국과 끈질긴 협상을 벌이던 북한이 합의서에 서명한 것은 김일성(金日成)이 사망한지 약 석달후.북한은 외교고립.경제난에다 지도자마저 사망하는 정권수립 이후 최악의 상황을 맞아 미국으로부터의 안보적 위협을 줄이는데 성공했다.
아직 김정일(金正日)의 권력안정여부를 속단할 수는 없지만 북-미 합의는 단기적으로 경제실리를 챙기면서 장기적으로 새로운 평화보장체제로 향하는 정치.군사적 실리마저 도모한다는 기본계산과 맞아 떨어졌다.
한편 북-미 합의에 따른 대북(對北)지원이 진행되고 있음에도불구하고 북한은 과거 핵활동에 관한 투명성을 규명해줄 특별사찰에는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최근 유엔주재 북한대표부의 한성열공사도 북한이 특별사찰을 거부할 것이라고 분 명히 밝힌 바있다. 그밖에 북한은 미국 외교채널을 통해 북-미간 평화협정체결 주장을 더욱 적극화할 전망이며 일본과의 수교도 적극 추진할전망이다.이를 통해 북한은 냉전시대 밀접했던 한-미,한-일 관계를 이간시키고 경제지원을 얻어내는 실리도 챙기려 할 전망이다. 북한의 이런 전략은 이미 상당한 정도 가시화돼 있으며 일본으로부터 50만에 이르는 쌀을 지원받는 등 적지않은 성과도 거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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