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는살아있다>웬 온라인 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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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46면

「온라인 책 출판 안방을 넘본다」.멀리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을 전하는 중앙일보 문화면 톱기사 제목이다.「온라인은 곧 돈」정도로 자동연상하는 전자문맹인 나도 직업이 직업이므로 이 기사만큼은 꼼꼼히 읽어 보았다.
『온라인 서비스란 출판사가 중앙컴퓨터에 여러 분야의 최신 정보를 저장하고 이를 전화선을 통해 독자에게 제공하는 체제… 다수의 출판사들은 CD롬과 함께 인터네트 등 국제통신망에 개설한자신들의「전자도서관」홍보에 열을 올렸다.…머지않 아 CD롬은 종적을 감추게 될 것이라고….』 CD롬이 무엇의 약자인지도 알지 못하는데다「온라인 책」이라는 표현만으로도 이제 완전히 낙오되는가 하는 심정으로 밝아오는 새벽하늘을 바라 보았다.
종이와 함께 인간의 역사를 운반해오던 글자가 전자매체를 또하나의 동반자로 맞이한 것은 이미 어제오늘이 아니다.나 역시 종이책 출판업이라는 정보산업의 한계속에서 전자매체의 힘에 압도되면서 도생(圖生)의 위기감마저 느끼고 있다.하지만 우리의 출판현장을 생각하면 문제의 핵심은 그같은 하드웨어라기보다 소프트웨어에 있다는 것을 절감한다.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는 그 무력한 종이책을 채울 지식조차태부족인 우리의 정보산업에 웬 전자까지 나설 계제냐는 것이다.
한 해에 몇 종류의 순수한 연구서적이 상재되는가.
그 몇 종류의 종이책이나마 몇 권이나 팔리는가.종이 책도 보지 않는데 온라인 책이라고 해서 볼 것이라는 장담은 누가 하랴. 하늘을 쳐다보고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힐 수밖에 없는 것이 100만 대학생과 10만 교수에 1만개 출판사가 있는 것이 우리의 출판현실이다.CD롬과 온라인 책을 만드는 것은 참으로 중요하지만,우리가 우선 해야할 일은 그 매체들이 운반 해야 할 우리의 지식과 정보의 생산력 수준을 높이고 지금,여기에서 종이책을 더 많이 생산해 소비하는 일이다.그렇지 않으면 수입품만을실은 온라인 책이 질주하는 정보 고속도로를 속절없이 바라볼 수밖에 없는 괴로운 미래가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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