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내에 ‘미국 사립학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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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미국 사립학교 분교가 국내 아파트 단지에 처음으로 들어선다. 영조주택은 미국 리베이학교(Ribet Academy)의 유치원 및 초·중·고교 과정을 부산 명지지구에 짓고 있는 퀸덤아파트(4805가구)에 개설키로 했다고 15일 밝혔다. 1982년 로스앤젤레스 인근에 설립된 리베이학교는 대학 진학을 목표로 운영되는 프렙스쿨(Prep School·대학예비학교)로 사립학교의 한 형태다.

교육시설은 아파트 단지 내 상가의 4000㎡ 공간에 마련된다. 학년별로 2개 반씩 총 28개 반으로 한 반의 학생 수는 미국 본교와 같은 20~25명이다. 미국 본교에서 채용 허가를 받은 영어권 국가 출신자 50여 명이 가르친다. 교과 과정도 미국 본교와 똑같고 수업은 100% 영어로 진행된다. 학비는 연간 1200만~1400만원 수준. 교환학생 제도를 통해 국내 학생이 미국 본교에서 공부할 수 있고 교직원도 서로 교류하게 된다.

내년 3월 ESL(영어교육) 프로그램부터 우선 운영하고 내년 가을 정식 개교할 예정이다. 아파트 입주민 자녀에게 입학 우선권이 있고 정원을 다 못 채우면 인근 주민 자녀도 들어갈 수 있다. 이 학교 졸업생은 미국 리베이학교의 정식 졸업장을 받기 때문에 미국 대학에 진학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미인가 대안학교’여서 학력 인정을 받지 못한다. 국내 상급 학교에 가려면 검정고시를 봐야 한다.

영조주택은 단지 내 일반 상가의 종업원도 외국인을 고용해 아파트 안에서는 100% 영어만 사용하게 할 계획이다. 이 회사 윤호원 회장은 “학교와 일상 생활을 영어로만 하기 때문에 자녀들이 자연스럽게 영어몰입교육을 받게 된다”며 “‘기러기 아빠’ 걱정 없이 국내에서 가족이 함께 살면서 미국 유학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함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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