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소각로 환경평가 엄격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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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환경주의자로 유명한 미국의 앨 고어 부통령은 그의 저서에서 「소비」란 말은 생산된 물건을 사용해 없앤다는 뜻인데,실제는 물건을 사용하면 쓰레기가 생산되므로 「소비」라는 말은 쓰레기 처리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렇게 생산만 강조하고 소비단계에서 발생하는 쓰레기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하는 현대인의 의식구조가 쓰레기를 비롯한 많은 환경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쓰레기 처리문제는 큰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다.소비란 표현이 쓰레기 생산을 과소평가하듯 「쓰레기처리」란 말도 쓰레기 처리시에 발생하는 각종 오염물질의 생산을 과소평가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생활쓰레기의 대부분은 매립에 의해 처리되는데,매립은 지하수와 하천수및 토양을 오염시키고 매립지 주변에는 악취로 인한 피해를 야기한다.
최근에 부각되고 있는 소각처리 방식도 쓰레기를 태워 없앤다고는 하나 쓰레기를 태울 때 각종 대기오염물질이 발생하며 적지않은 양의 재가 발생한다.
이와 같이 매립이나 소각이 또 다른 오염을 야기하지만 쓰레기를 재활용할 수 있는 비율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매립이나 소각에 의한 쓰레기의 처리는 필수적이라 하겠다.국토가 좁은 우리나라 실정에서는 소각에 의한 쓰레기 처리가 적합하다 고 해 정부에서는 소각로 건설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그러나 쓰레기 소각이 야기하는 대기오염문제와 청소차량 출입에 따른 교통및 악취문제 때문에 소각장 예정지 근처 주민의 격렬한 반대로 소각장 건립이 난항을 겪고 있다.소각처리의 당 위성이 어느 정도 인정된다고 해도 주민들은 소각로를 환경에 안전하게 운영한다는 정부를 신뢰하지 않고 있어 소각장 건립 반대는 당분간 지속될 것같다. 이러한 주민의 불신을 해소하는 한 방안은 소각로에 대한 엄격하고도 적극적인 규제를 실현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정부의 정책은 소각로 건설 일변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 예로 소각기술을 해외에서 수입하는데는 적극적인 서울시도 소각로에서 발생한다고 알려진 유독성 물질 다이옥신을 측정하는데는 소극적이어서 국내기술이 미비하다는 이유로 수년간 미루다 최근에서야 측정했다.
또 외부에 용역을 줘 행하기는 했지만 측정 주관부서도 환경관련부서가 아닌,소각로 건립을 담당하는 청소사업본부여서 자료 해석의 객관성에 의심을 받고 있다.
주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소각장 건립은 청소관련부서에서 행하되 소각장의 환경성 평가는 환경관련부서에서 행하도록 업무를분할해 소각로 건설 일변도의 현재 정책에서 탈피해야 할 것이다.더 나아가 소각장 건설에 사용되는 비용의 일부 를 소각로의 환경성 평가에 사용해 소각장 주변의 환경보전에 주력해야 한다.
현재 주민과 심각한 마찰을 빚고 있는 소각로 건설지역 대부분은 산에 둘러싸인 분지(盆地)에 위치해 공기의 유통이 지극히 불량하다.그러나 현재 국내에서 행해지고 있는 대부분의 환경영향평가가 분지라는 지형적 특성을 고려하지 못해 주민 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더욱이 소각장에서 발생하는 다이옥신류(類)의 물질과 가스상에 존재하는 수은 측정기술은 미비한 실정이다.
***.안전'에 더 투자를 정부에서는 소각로 건설에 못지 않은 과감한 투자로 소각로 환경영향평가를 충실히 행하고 소각로의안전도를 보장해 실추된 신뢰를 회복해야만 할 것이다.또 주민들은 쓰레기의 발생량을 줄이고 쓰레기의 재활용률을 높이는 동시에적합한 지역 에 소각로가 안전하게 건설되고 운영되도록 협조하는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인하대교수.대기오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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