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서 장담한 부동산 등기 간소화 어디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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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최근 일산신도시 A아파트에 입주한 주부 김순희(金順姬.38)씨는 법무사의 도움을 받지 않고 소유권이전등기를 하려다 끝내 포기하고 말았다.
고양시청에선 『법무사에게 맡기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의미있는 충고를 들었고,문의를 위해 들른 법무사사무실에선 『등기를 직접하겠다고 찾아온 사람은 처음』이라는 핀잔을 받아야 했다.
절차에 필요한 A건설의 회사대표인감을 발부받기 위해 서울의 본사를 찾아갔지만 『결재도장이 다른 부서에 있으니 사흘후에 오라』는 무성의한 말을 듣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간단한 행정절차로 생각했던 소유권이전등기수속을 밟으려다 좌절한 김씨는 『당국의 「등기절차 간소화」약속이 공염불에 불과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일산의 경우 하루평균 5백여건중 본인이직접 수속을 밟은 경우는 2건,분당은 하루평균 2백80여건중 1.2건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본인이 직접 절차를 밟으면 한푼도 들지않는 법무사 수수료는 보통 6만(28평형기준)~9만원(60평형기준)정도로 적지 않은부담이다.
대법원은 세무비리가 잇따라 발생하던 지난해 11월 『등기절차를 간소화해 법무사가 아닌 일반인들이 쉽게 처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1년이 다 돼가도록 감감무소식이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7단계의 절차를 모두 밟는데 보통 법무사는5~6일,일반인은 13~15일정도 걸린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이론상의 소요기간일뿐 직접 절차를 밟으려는 사람들은 대부분 막바지 단계인 채권매입.등기신청서 작성과정에서 결정적인 벽에 부닥치고 만다.채권매입액 산출근거인 과표세율을 산정하려면 토지대장을 조회해야 하고 복잡 한 기준을 이해해야 하므로 전문지식이 없는 개인의 능력으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심지어 D건설 등기업무 담당자는 『법무사가 아닌 개인이 등기신청자격이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고 말할 정도다.
대법원관계자들도 『재산세납부때와 마찬가지로 건교부에서 OCR카드를 통해 채권매입액을 일괄고지해주는 방법이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건설교통부에서는 『현행체제 아래서는 어렵다』고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관계자들은 행정당국의 결단과 함께 건설회사와 법무사,법무사와등기소 직원과의 유착구조가 깨져야 등기절차의 간소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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