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풍희생 두명 영혼 결혼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이승에서 못이룬 꿈을 극락에서나마 활짝 피우거라.』14일 오전10시 서울서대문구홍은동 백련사(白蓮寺).삼풍백화점 붕괴사고로 숨진 여성 2명에 대한 눈물의 영혼결혼식이 열렸다.희생자이혜선(李惠善.20.삼풍백화점 직원)양의 아버지 ■ 동순(李東淳.52)씨는 차마 딸의 「결혼식」을 볼 수 없어 눈을 지그시감았다.사고 19일만에 삼풍백화점 연결통로에서 발견된 딸의 참혹한 모습이 아른거렸기 때문.이날 이씨는 지난해 3월 교통사고로 숨진 은행원(당시 26세) 사위를 맞았다.영정끼리 상견례를하는 딸의 모습에 어머니 박점순(45)씨는 딸의 이름을 부르며대성통곡했다.40여 하객들의 흐느낌과 오열속에 이양 부모는 꽃다운 나이에 짧은 삶을 마감한 딸의 「행복」을 수십번이나 기원했다. 또 경기도평택시 한기복(韓基福.45)씨 역시 이날 딸 명순(20.삼풍백화점 직원)양을 다시한번 가슴속에 묻어야 했다.한양은 4년전 교통사고로 숨진 대학생과 저승 부부의 연을 맺었다. 이들 두쌍의 부부는 생전에 서로 배우자를 알지 못했으나「젊은 죽음」을 안타깝게 여긴 백련사측의 주선으로 결혼식이 열린 것.영혼 결혼식은 구천을 맴도는 처녀.총각의 혼을 결합시킴으로써 극락으로 인도한다는 불교의 전통의식.
『육신이 죽고 없어 넋으로나마 결합해야만 하는 이들 처녀.총각이 세상 원한을 모두 풀기 바랍니다.』이날 결혼식에서는 다른사고로 숨진 젊은이 4쌍도 부부로 결합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