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의 경계가 급속하게 허물어지고 있다. 아직까지 종신·변액보험은 생보사만 판매하고 있고, 자동차·화재보험은 손보사의 영역이다. 질병이나 상해에 대비한 보험의 경우도 생보사는 미리 정한 금액을 지급하는 정액형 상품만을, 손보사는 실제 피해를 본 액수를 보장하는 실손형 상품을 취급했다.
그러나 손보사의 고유 영역으로 여겨져온 실손형 보험상품 시장에 생보사가 뛰어들었다. 삼성생명은 13일 가입자가 실제로 쓴 치료비 액수만큼을 지급하는 민영의료보험 상품을 선보였다. 종신 보험, 치명적 질병 보험에 가입하면서 함께 들 수 있는 특약 형태다. 교보생명도 같은 특약 상품을 20일부터 판매하며, 대한생명은 다음 달 중순께 시판할 예정이다.
◇생보, 치료비 80%만 보장=생보사들은 보험금이 과도하게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실제 쓴 치료비의 80%만 보장하는 상품을 내놨다. 20%는 가입자가 부담해야 한다. 보험금 지급 한도는 ▶입원의료비 연간 3000만원 ▶통원의료비 한 번에 10만원(연간 180회) ▶처방조제비 처방전당 5만원(연간 180회)이다. 손보사의 기존 상품은 실제 의료비의 100%를 지급하고 있다. 입원의료비 한도도 연간 기준이 아닌 질병이나 사고당 3000만원이다.
◇생·손보 교차판매도=8월 30일부터 고객은 한 명의 설계사에게서 종신 보험과 자동차 보험을 함께 들 수 있게 된다. 교차판매가 허용되기 때문이다. 지금은 ‘1사 전속제’로 설계사가 소속회사 상품만 팔 수 있지만 이 제한이 사라지는 것이다. 교차판매가 시행되면 고객들은 한 명의 보험설계사를 통해 보험을 통합 가입하고 종합적인 재무설계도 할 수 있게 된다. 또 손·생보사가 각자의 특성을 살린 경쟁 상품들을 더 많이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생보사가 민영의료보험을 팔면서 종신 보장이 가능한 상품을 내놓은 것이 좋은 예다. 상품 경쟁력을 갖춘 중소형 회사엔 판매망을 넓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보험연구원 안철경 연구위원은 “보험사들은 설계사가 선택할 만한 상품을 내놓기 위해 경쟁할 수밖에 없다”며 “설계사도 더 싸고 좋은 상품을 소비자에게 권하게 되므로 소비자의 선택권도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원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