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性전환후의 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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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성(性)을 결정하는 생식세포의 분화과정은 동물에 따라 매우 다양하고 복잡하지만 몇몇 물고기의 경우는 극적이라 할 만하다.
민어과(科)의 양머리물고기는 부화(孵化)하면서부터 조그만 핑크색의 암컷으로 삶을 시작하지만 성장하면서 검은색 수컷으로 변한다.생식세포가 처음에는 난자로 분화하지만 커가면서 정자로 분화하기 때문이다.바다농어의 경우 암컷은 수컷의 존재에 의해서만 유지되도록 돼있다.수컷의 시각(視覺)자극에 의해 호르몬의 평형이 이루어져 생식세포로 하여금 난자로 분화토록 한다는 것이다.
수컷이 다른 물고기에 잡아먹히든가 하면 암컷은 재빨리 수컷으로변신한다니 이쯤되면 양성(兩性)을 살아가는 셈이다.
이것이 무성(無性)생식의 대표적 예지만 유성(有性)생식의 경우에도 성이 반드시 호르몬의 조절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학설이 여러차례 발표됐다.지난해엔가 미국 시카고대학의 웨이스교수는 사람의 태아가 초기단계엔 모두 여성으 로 시작된다는 놀라운 내용의 논문을 내놓았다.그중 남아가 될 태아만 임신35~40일께부터 남성으로의 전환과정에 들어서게 된다는 것이다.성이 결정되기까지의 메커니즘만 밝혀지면 태아의 성을 마음대로바꿀 수도 있다는 얘기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앞으로 성에 대한 개념은 완전히 뒤바뀔지도 모른다.거기서 몇단계 더 나아가게 될 경우 남자가 되고 싶어 하는 여자나 여자가 되고 싶어 하는 남자는 누구나 뜻을 이룰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조물주는 사람에게 성을 부여하고 사람은 조물주에 의해 결정된성으로 살아가도록 돼 있으나 어쩐 일인지 성을 바꾸고 싶어하는사람들이 적잖다.
의학적으로는 이런 사람들을 「성주체성 장애자」 또는「성전환증환자」라고 한다.물론 성전환을 원한다해서 누구나 성전환수술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문제는 수술을 거쳐 새로운 성을 갖게 된 사람들에 대한 법의 인정 여부다.성전환수술을 받 아 여자가 된「법적」남자를 성폭행한 남자들에게 「강간치상죄」 대신 「강제추행치상죄」를 적용한 판결은 여자로 인정치 않겠다는 뜻이다.그렇다면 이들은 남자도 여자도 아닌 「제3의 성」이랄 수밖에 없지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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