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와 만나는 한자] 중정(中正)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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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조선 중기의 문신 홍서봉(1572~1645)은 광해군 때 당파싸움에 밀려 벼슬을 잃었다. 하지만 10여 년 뒤 인조반정(1623년)에 가담해 훗날 벼슬이 영의정에 이르렀다. 어려서 아버지를 여읜 그는 어머니의 회초리에 종아리에 피를 흘리며 엄하게 훈육됐다.

“아비 없이 자란 아이는 버릇이 없다는 말을 어미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어머니는 또 글을 가르칠 때 외간 남자를 대하듯 아들과의 사이에 병풍을 쳤다. 어떤 사람이 그 까닭을 묻자 어머니는 이렇게 답했다.

“어미는 아비처럼 아이를 엄격하게 대하기 어렵지요. 아이가 글을 잘 읽기라도 하면 나도 모르게 얼굴에 기쁜 빛이 떠오릅니다. 자칫 아이에게 자만심을 길러줄까 염려해 내 얼굴을 병풍으로 가리는 겁니다.”

예부터 홀로 된 어머니(偏母·편모)들은 자식이 호래자식(버릇없이 막되게 자란 아이) 소리를 듣는 것과 자녀 교육에 중정(中正·지나침도 모자람도 치우침도 없이 곧고 올바름)을 유지하기 어려운 어미의 마음을 걱정했다.

학교나 가정에서나 후세 교육에 귀감으로 삼을 사례가 아닌가 싶다.

김영만(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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