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세율 인하 왜 국회청원했나-맥주는 더이상 고급술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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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맥주세율을 내려달라.」 한치의 양보도 없이 치열한 시장 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동양.조선.진로쿠어스 등 맥주3社가 9일 맥주 주세율 인하에 관해서만은 한 목소리로 국회에 청원을 내놓았다.청원 이유는 맥주가 더이상 고급술이 아니라는 점이다.
사실 맥주는 96%가 물로 순 술값(생산원가+이윤)으로 따지면 소주보다 훨씬 싸다.슈퍼나 구멍가게에서 파는 가정용 맥주(5백㎖)의 세금부과전 출고가는 병당 2백50원인데 비해 그보다양이 적은 2홉들이(3백60㎖)소주값은 2백72 원이나 돼 소주가 1.5배 정도 비싼 셈이다.
그러나 주세.교육세.부가세가 부과된 후의 출고가는 소주가 4백15원인데 반해 맥주는 8백13원으로 완전히 역전된다.
정부는 서민이 마시는 술은 낮게 과세하고 돈있는 사람들이 마시는 술은 높게 과세한다는 방침에 따라 일제시대 「삐루」로 불리던 시절부터 고급술로 여겨져온 맥주에 줄곧 높은 세금을 매겨왔다.68년 주류에 대한 과세방식이 종량세에서 종 가세로 바뀌면서 1백%였던 맥주 주세율은 71년에는 1백20%로,74년부터는 1백50%로 인상돼 지금까지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맥주제조업계는 현재 맥주가 전체 주류시장의 60%를 차지하고 있고 소비량의 65%가 가정용으로 맥주가 더이상 고급주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맥주업계에서는 『정부가 대표적인 고급주.고도주(高度酒)면서 수입원액만 쓰는 위스키의 주세율을 유럽연합(EU)국들의 통상압력등을 내세워 지난해1월 1백50%에서 1백20%로 내린데 이어 다시 내년 1월부터는 1백%로 인하키로 결정하면서 맥주는 여전히 1백50%로 묶어두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그렇지만 맥주 주세인하는 맥주제조업계의 주장대로 「원칙」만으로 결정하기에는 그 세수(稅收)가 너무 크다는게 문제다.94년한햇동안 맥주 세수는 전체 주세액의 70%인 1조1천5백억원에달했으며 올해는 1조2천6백억원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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