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프로 제목 외래어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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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슈퍼 선데이』『코미디 채널 600』『점프 챔프』.저녁 황금시간대를 수놓는 방송프로그램 이름들이 한글날을 무색케 하고 있다. 국민의 문화생활에 절대적인 영항을 미치는 TV프로그램 제목이 이처럼 외래어및 외국어에 오염돼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민자당 박종웅(朴鍾雄)의원이 95년도 국정감사에서 공보처에 요구한 자료에 따르면 KBS.MBC.SBS 방송3社의 3백여 프로그램중 제목에 외래어나 외국어가 사용된 것이 36개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다큐멘터리」「뉴스」등 적절히 바꿔 쓸 말이없는 경우나 「레니 게이드」등 고유명사를 그대로 사용한 경우를제외한 것이다.
방송사별로는 MBC가 14편으로 가장 많았고 KBS-1TV 10편,SBS 9편,KBS-2TV 3편의 순이었다.이는 10년전인 85년에 비해 56%나 증가한 수치(SBS 제외)다.당시MBC와 KBS의 프로그램 중 외래어 제목이 붙 은 것은 각각4편과 12편이었다.
특히 『점프 챔프』등 청소년이 주로 시청하는 오락 프로그램 대부분이 외래어 사용을 넘어 순수 외국어까지 사용하고 있어 커다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한 방송국 오락담당 PD는 『프로그램 제목은 프로그램의 내용도 나타내주어야 하지만 무엇보다 시청대상자들에게 강하게 호소할 수 있어야 한다』며 『우리말 제목을달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만 간단한 외국어 제목이 청소년층에 보다 강한 인상을 주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청소년들의 올바른 언어생활을 위해 노력해야 할 대중매체가 외래어 사용을 남발해서는 안된다』며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또한 「빅 쇼」등 일본식의 잘못된 영어표현을 그대로 본받아 쓰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빅 쇼」는 「화려한 쇼」를 뜻하는일본식 영어며 올바른 표현은 「팬태스틱(fantastic)쇼」다.그밖에 「다큐멘터리」를 「다큐」로 표현하는등 외래어를 2~3자로 줄여쓰는 것도 일본식 영어표기라는 것.
서울대 윤희원(尹希苑.국어교육과)교수는 『청소년들이 대중매체를 통해 일본식의 잘못된 영어를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세계화시대를 살아갈 청소년들을 위해 대중매체는 외국어 사용을 최대한 자제하고,부득이 사용하더라도 정 확한 표기법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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