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급식은?” 모성을 자극했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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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호 06면

사회적 이슈에 거리를 둬오던 여성들이 광우병 사태를 계기로 여론 형성의 새로운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댓글 단 여성 비율 2배로 증가

인터넷 포털 사이트 ‘다음’에서 매일 가장 많은 댓글이 달린 광우병 관련 기사에 댓글을 단 이들의 성별을 분석해봤다. 그 결과 지난달 15일 21.7%이었던 여성 비율이 가파르게 상승해 같은 달 30일 41.8%를 기록했다. 3주 만에 두 배로 뛴 것이다.

특히 학교 급식 등을 통해 미국산 쇠고기에 노출될 수 있는 자녀를 둔 어머니들의 ‘모성애’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미 한인주부들 쇠고기 재협상 촉구 성명서’ 기사에는 “결혼 전에, 또 아이를 낳기 전에는 잘 몰랐는데 아이를 낳고 우리 가족의 건강을 책임지게 되니 먹거리에 눈길이 가게 됐다”는 댓글이 달렸다. 6일 청계천에서 열린 촛불문화제 집회현장에서 만난 박모(40·여·인천)씨도 “어른이야 미국산 쇠고기를 안 먹으면 그만이지만, 네 살 된 딸이 유치원에서 급식을 먹고 광우병에 걸리지 않을까 두렵다”고 했다. 젊은 여성의 경우 영상의 영향력이 컸다. 박지현(24·회사원)씨는 “인터넷에서 비틀거리다 쓰러지는 ‘주저앉는 소’ 동영상을 보고 너무 충격적이어서 관련 정보를 찾아봤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이후 차츰 고개를 숙이던 댓글 여성 비율은 ‘미국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사법처리’ 보도가 나온 4일 다시 상승했다. 집회에 청소년이 대거 참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또래 자녀를 둔 여성들의 걱정과 관심이 커진 것이다. 9일 청계천 촛불 집회에 참석한 주부 이모(42·의정부)씨는 “중학교에 다니는 딸이 집회에 가보고 싶다고 하기에 혼자 보내기 겁이 나 동행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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