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군 60돌’ 대한민국 국방력] 잠수하고 … 미사일 피하고 … ‘다이 하드’ 탱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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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9 155㎜ 자주포. [국방부 제공]

K-9(케이나인)155㎜ 자주포는 한국이 개발한 또 하나의 세계적인 명품 야포다. 1999년에 생산이 시작된 K-9은 최대 사정거리가 40㎞로 사격 후 자리를 옮기는 기동성도 매우 좋다. 자주포란 전차처럼 사수들을 보호하면서 사격할 수 있는 야포의 일종이다. 견인포는 자체 엔진이 없어 트럭 뒤에 묶어 끌고 다닌다.

야포의 사격 목표 1순위는 적군 야포다. K-9에 대응하는 북한의 대포는 구경 170㎜ 자주포다. 러시아제 해안포를 T-59 전차 몸통 위에 얹은 것으로 곡산포라 불린다. 북한은 곡산포 수백 문을 휴전선 북쪽의 동굴 진지 등에 숨겨놓았다.

K-9과 곡산포가 서로 포 사격을 벌이면 당연히 K-9이 이긴다. K-9은 분당 2발을 지속적으로 발사할 수 있지만 곡산포는 5분에 1∼2발 정도다. 정확도도 K-9이 훨씬 높다. 곡산포는 K-9보다 사정거리가 20㎞가량 길어 수도권 일대까지 공격할 수 있지만 정확도가 낮아 무차별 타격에 가깝다. 특히 K-9은 장갑으로 보호돼 있어 직격탄을 맞지 않는 한 파괴되지 않는다.

K-9의 또 다른 특징은 빠른 대응사격 능력과 기동력이다.

북한군이 곡산포 등으로 아군을 공격하면 육군의 AN/TPQ-37 대포병레이더가 즉각 곡산포의 위치를 찾아내 본부로 알려준다. 본부에선 북한군 곡산포를 공격하기에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는 아군 K-9에게 사격 지시를 한다. 이때 위치 좌표가 자동으로 입력된다.

군 관계자는 “우리 군은 곡산포 등 북한의 장사정포를 개전 초기에 제거하기 위해 K-9 외에도 에이타킴스(ATACMS) 미사일, 공군 전투기 등으로 집중 타격하는 대 화력전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육군 사단과 북한군 사단을 수적으로 비교하면 한국 측이 열세다. 전문가들은 85∼90% 정도로 보고 있다. 북한군은 연대-사단-군단 등에 한국 육군보다 훨씬 많은 전차와 야포를 배치하고 있다. 북한 지상군의 경우 한국 육군에 비해 전차는 1.5배, 야포는 2.1배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 육군 전방의 일반 사단에는 아직도 30년 이상 된 M48 전차가 다수 배치돼 있다. 사단의 야포는 사수가 적의 포격에 노출되는 견인포로 사정거리가 북한에 비해 짧고 구경도 작다. 90㎜ RR 무반동총 등 60∼70년대 무기도 많다.

육군은 대규모 재래식 전력을 갖고 있는 북한 지상군에 물량작전으로 맞서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그 때문에 미국이 이라크에서 보인 21세기형 디지털 미래형 부대로의 탈바꿈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새 정부 들어 경제난과 재원 압박으로 육군의 변화는 더욱 어려울 전망이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선승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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