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왼손잡이 전성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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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프로야구에 왼손잡이 바람이 거세다. 근래에 보기 드문 ‘좌파’ 전성시대다.

9일까지 투수 6개 부문 중 세이브만을 제외하고는 좌완 투수가 모두 1위에 올랐다. 타자는 타점·장타율·출루율을 제외한 5개 부문에서 득세하고 있다. 우선 투수 쪽을 보면 김광현(SK)·류현진(한화)·정우람(SK) 등 3인방이 눈에 띈다. 2년차 김광현은 다승(6승1패)·평균자책점(1.76)·탈삼진(47개) 등 3개 부문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트리플 크라운’도 가능하다. 지난해 한국시리즈를 계기로 특급 투수로 올라섰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올해 마운드에서 그것을 입증하고 있다.

류현진은 이미 2006년 프로 데뷔 해에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해 ‘괴물’로 불린다. 현재 다승 2위(5승), 평균자책점 3위(2.54), 탈삼진 4위(36개)로 김광현의 강력한 대항마다. 정우람은 홀드 부문에서 10개를 기록, 추격자들을 2~3개 차로 따돌리고 있다.

시즌 초반이라 승률 부문에는 10여 명이 넘는 무패의 오른손·왼손 투수들의 이름이 올라 있다. 유일하게 오른손 투수가 득세하는 부문은 구원이다. ‘2년 연속 40세이브’에 빛나는 오승환(삼성)과 잠수함 정대현(SK)이 공동 1위(10세이브)에 올라 있다. 두 선수가 워낙 잘하기 때문도 있지만 좌완 마무리는 한화 토머스(5세이브)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타격에서도 좌타자들이 오른손타자보다 소수지만 성적이 좋다. ‘우투좌타’인 김현수(두산)는 타격 1위(0.375)와 최다 안타 1위(48개)를 질주하고 있다. 김원섭(KIA)은 9일 우리전에서 4타수 무안타에 그쳤지만 타격 2위(0.374)를 유지하고 있다. 한화 외국인 선수 클락은 홈런 공동 선두(10개)와 득점 1위(40개)로 2개 부문에서 톱 자리에 올랐다. LG 이대형은 도루 1위(19개), 최다 안타 2위(46개)로 주가를 올리고 있다. 공교롭게도 최다 안타와 득점 부문은 1~3위가 모조리 좌타자들이다.

왼손 투수는 희소성이 있어 타자들이 공략하기가 까다롭다. 왼손 타자는 1루까지 오른손 타자보다 1~2걸음 더 가까운 이점이 있다. 하지만 올해 이 같은 좌파 전성시대가 열린 것은 오른손잡이보다 실력이 뛰어난 ‘왼손잡이’가 많기 때문이다.

한용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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