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치킨게임’ 삼성은 웃었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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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삼성전자의 D램 시장 지배력이 강해지면서 2위 이하 업체들의 제휴가 활발해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1분기 D램 시장 점유율은 30.6%였다. 지난해 4분기 2년 만에 점유율 30% 선을 넘은 뒤 소폭 더 오른 것. 한때 5%포인트 정도까지 줄었던 2위 하이닉스반도체와의 격차는 12%포인트까지 벌어졌다. 하이닉스의 점유율은 18.6%다. 지난해 4분기 독일 키몬다를 제치고 3위로 올라선 일본 엘피다는 하이닉스와의 격차를 4%포인트까지 좁혔다. 아이서플라이는 “삼성전자가 근래 업계 치킨게임(상대 업체가 무너질 때까지 출혈 경쟁하는 것)에서 잃은 게 없다”고 평가했다. 또 건전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올해도 D램 비트그로스(용량으로 따진 생산량 증가율) 100%라는 공격적 목표를 설정한 삼성전자가 올해에도 경쟁업체에 더 큰 압력을 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D램 업계의 생존 경쟁도 치열해졌다. 하이닉스는 2005년 제휴한 8위(점유율 2.8%) 업체 대만 프로모스와 제휴 관계를 연장한다고 이날 발표했다. 50나노급 D램 제조기술을 전수하는 대신 2000억원을 들여 프로모스 지분 8~10%를 인수한다는 것이다. 이미 키몬다·난야, 엘피다·파워칩 등이 짝을 지었다. 미국 마이크론은 난야와 제휴를 추진 중이고 키몬다와 엘피다는 공동 기술개발을 모색한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프로모스 생산품을 우선 공급받을 수 있어 설비투자 없이 짓는 데 3조원 드는 생산라인 하나를 확보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3년간 로열티와 위탁생산 수입으로 2억5000만 달러의 이익을 거뒀는데 이번 연장 결정으로 3년간 5억 달러 정도의 추가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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