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차이나타운 ‘뼈대 있는’ 자장면이 있는 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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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글=최경애·장치선 객원기자 doongjee@joins.com 사진=양영석 인턴기자

‘작은 중국’ 차이나타운

경인선 종착역인 인천역을 빠져나가면 차이나타운을 알리는 제1 파이러우(牌樓)가 보인다. 자매결연을 한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시가 기증한 것이다. 차이나타운 주변에는 모두 3개의 파이러우가 있다.

오르막길을 오르면 용 문양을 한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북성동사무소다. 동사무소부터 차이나타운의 분위기가 팍팍 풍긴다. 삼거리에 다다르면 ‘인천 차이나타운의 상징’ 공화춘이 서 있다. 산동회관이라는 이름으로 1905년부터 자장면을 팔아온 곳이다. 하지만 ‘옛날 그 공화춘’ 자장면은 이제 맛볼 수 없다. 현재 영업을 중단한 상태고 곧 자장면 박물관으로 바뀔 예정이다. 인근에 같은 이름의 현대식 건물이 들어 서 있다.

공화춘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난 차이나타운1길은 ‘자장면 거리’로 통한다. 다른 지역에 비해 ‘본토’의 맛과 향이 강하게 남아 있는 거리다. 자장면 한 가지만 해도 간자장·삼선자장·유슬자장 등 종류가 수없이 많다. 보름달 모양의 중국 전통과자 월병이나 양고기 꼬치, 칭다오(靑島) 맥주 등도 맛볼 수 있다.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이어진 모꼬지길로 쭉 가다 보면 왼쪽에 의선당(義善堂) 간판이 보인다. 언뜻 액세서리 가게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1883년 인천항 개항 때 창건된 중국식 사당이다. 한국과 중국을 오가는 배의 순항을 기원하는 제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만들었다. 차이나타운길에서 청관언덕길 골목으로 들어서면 삼국지 벽화 거리가 나온다. 중국 3대 기서의 하나인 삼국지 가운데 명장면을 골라 150m짜리 벽화로 제작했다. 그림을 보며 걷다 보면 유비·관우·장비 등 낯익은 삼국지의 주인공들을 만날 수 있다. 인천역에서 이곳까지 40분 정도 걸린다.

계단 옆 작은 일본 마을

삼국지 벽화가 시작되는 곳에는 공자상이 하나 서 있다. 그 앞에 서면 인천 앞바다 쪽으로 내리막길이 하나 보인다. 청일 조계지 경계 계단이다.

조계지란 개항도시의 외국인 거주지를 말한다. 행정권·경찰권을 외국에서 행사했던 곳이다. 경계계단을 중심으로 왼쪽은 청국조계지, 오른쪽은 일본조계지였다. 계단 양쪽에 늘어 서 있는 석탑을 보면 이런 역사가 한눈에 들어온다. 제각각 중국·일본 양식으로 모양이 딴판이다.

차이나타운이 중국의 다양한 먹거리와 특산품을 접할 수 있는 곳이라면, 일본 조계지 쪽은 개항기 근대 건축물을 구경할 수 있는 명소다. 이국적인 일본식 건물이 즐비해 여기저기에서 카메라 셔터누르는 사람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조계지 경계계단에서 200~300m 더 들어가면 옛 인천부청사 건물이 나온다. 1930년대 모더니즘 건축양식을 보여주는 등록문화재 제249호다. 현재는 인천시 중구청으로 쓰이고 있다. 정문에서 한 블록 더 내려오면 길 양쪽으로 옛 일본제1은행과 일본18은행, 일본58은행의 인천지점이 늘어서 있다. 일본제1은행은 ‘인천 한국근대최초사박물관’, 58은행은 역사사료관으로 리모델링 중이다. 건물 전체를 덮고 있는 넝쿨이 건물의 ‘연륜’을 보여준다.

큰길로 나와 왼쪽으로 500m쯤 쭉 올라가면 인천 최초의 성공회 성당인 인천내동교회가 보인다. 화강암으로 된 중후한 중세풍 건물에 한국식 기와 지붕을 올린 모습이 이색적이다. 인천내동교회를 지나 마지막으로 이르게 되는 곳은 아치 형태의 홍예문(虹霓門). 일본공병대가 인천 시내 남북 간의 교통난을 해결한다는 명분으로 만들었다. 영화·드라마 속에 자주 등장해 처음 간 사람도 왠지 낯익은 느낌을 받는다. 공자상에서 여유 있는 걸음으로 한 시간 정도 걸린다.

싱그러운 초록빛 자연 속에서 산책을 즐기고 싶다면 자유공원 쪽으로 내쳐 걸어도 좋다. 국내 최초의 서구식 공원으로 주변 산책로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자유공원 광장에서 내려다 보이는 시원한 인천 앞바다의 전망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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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 중구청은 문화관광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개항장 일대를 돌아볼 수 있는 무료 도보관광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코스는 경인전철 인천역~차이나타운~자유공원~홍예문~대한성공회 인천내동교회~내리교회~신포 문화의 거리~답동성당~신포 지하상가~신포 재래시장~옛 일본58은행~옛 일본18은행~중구청~옛 일본제1은행~한중문화관~화교 중산학교~옛 공화춘~인천역. 인천 중구청 문화관광과(www.icjg.go.kr, 032-760-7550)에 방문 1주일 전까지 신청하면 된다. 11월까지.

문화체육관광부, 대한가정의학회, 부산 · 광주 · 전남교육청, 세계사회체육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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