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많이 나는데 혹시…” AI 문의 빗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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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7일 오전 서울 광진구 보건소 방역팀 사무실. 조현식 방역팀장은 수화기를 내려놓기 무섭게 울리는 벨소리에 다시 수화기를 잡는다. 역시 조류인플루엔자(AI)에 대한 문의 전화였다. 같은 팀의 직원 6명 모두 하루 종일 전화 때문에 잠시도 자리를 뜨기 어려웠다. 조 팀장은 “오늘만 직원 한 사람당 전화를 수백 통씩 받았다”며 “구민들이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하루에만 광진구 보건소에 콧물·발열 등을 호소하며 정식으로 신고한 시민이 25명에 달했다.

5일 광진구청 자연학습장에서 사육하던 닭이 고병원성 AI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서울에도 AI 비상이 걸렸다. 보건 당국은 이날 서울 지역 모든 의료기관에 AI 비상경계령을 내렸다. 서울시교육청은 초·중·고교에서 키우는 닭·오리의 실태 파악에 나섰다.

◇불안한 시민들=광진구청 내 동물사육장에서 기르던 닭이 고병원성 AI 바이러스인 ‘H5’형에 감염돼 폐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병원성은 사람에게도 전염될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시민들은 더욱 불안해한다. 특히 5월 5일 어린이날 어린이대공원이나 광진구청 자연학습장 내 동물사육장을 방문한 사람들의 불안감이 컸다. 김모(32)씨는 “어린이대공원에 갔다가 날아가는 새와 스쳤다”며 “AI에 걸린 것은 아닌지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종구 질병관리본부장은 “야생 조류와 불필요한 접촉을 하지 않고 손 씻기 등 개인 위생수칙을 준수하면 감염을 막을 수 있다”며 “AI가 발생한 장소 인근에 있었다는 이유로 막연한 불안감을 가질 필요는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이 본부장은 “AI 의심 환자는 가금류와 접촉하는 등 역학적 연관성이 있어야 할 뿐 아니라 일반적 감기 증상과 가래 등 폐렴 증상이 모두 나타나야 한다”며 “이런 정의를 보면 광진구청에 접수된 사람 가운데 AI 의심 환자로 분류될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접촉 등을 통한 인체 감염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교육시설의 조류사육장 이용을 잠정 중단토록 했다.

◇학교서 오리·닭 퇴출=서울 양천구의 한 고등학교는 교육용으로 꿩 4마리, 닭 3마리, 참새 10마리를 기르고 있다. 이 학교는 요즘 조류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AI 발생 지역인 광진구에서 10㎞ 이상 떨어져 있어 살처분 대상은 아니지만 학생들이 불안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학교 교감은 “이미 아이들의 접근은 금지시켰다”고 말했다.

김창규·민동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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