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논단>잘못된 各論 63조 예산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국회 심의를 위해 정부는 96년도 예산안을 확정 발표했다.작년의 95년도 예산편성이 예산제도개혁에 초점을 맞췄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금년의 96년도 예산편성은 현안문제를 예산으로 충실히 뒷받침하려는 노력이 특징으로 관찰된다.
예산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고 정부의 수많은 정책과제중 우선과제로 선정한 것에 대한 의지표명의 수단이다.이러한 관점에서볼 때 정부가 제시한 예산안에서 정부정책의 목표로 강조한 것은교육개혁의 뒷받침,복지및 환경을 포함한 삶의 질 향상,영세사업자에 대한 배려,그리고 정보화 투자확대,자본재산업 육성을 통한산업경쟁력의 강화등인 것으로 유추된다.
63조원에 달하는 방대한 규모의 예산을 산적한 현안문제의 해결을 위해 배분하며 기관마다 각자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틈바구니에서 예산당국은 많은 고충이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예산당국의 고충을 이해하면서 제출된 예산안에 나타난 문제점을 몇가지만 지적하면 다음과 같다.
교육개혁을 예산증대로 뒷받침하는 것은 좋다.그런데 증대된 예산이 합리적으로 사용되느냐에 대해서는 그렇다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 역할분담이 명확히 제도화돼 있지 않으며 교육비의 관리가 봉급교부금.경상교부금.특별교 부금.지방교육양여금,그리고 교육환경개선특별회계등 다양한 통로를 통해 이뤄져 있어 정책의 일관성 유지,교육부문내 자원의 합리적 배분 측면에서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방위비는 기본방향의 정립에 큰 문제가 있다.국내외적 여건과 경향을 볼 때 전력장비의 고도화와 인력의 감축이 기본방향이어야된다고 국방당국.예산당국 모두 인지하고 있는데 예산편성을 두고는 정책이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다.
정치적 배려가 물씬 풍기는 사항이 몇군데 있는데 그 대표적인사례가 석탄사업에 대한 예산지원 확대의 경우다.석탄수요는 계속감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지원을 계속해 왔는데 내년에도 그 지원이 6천억원에 달하고 있다.가격이 높아 쓰지도 않는석탄에 대해 비축을 하고 가격보조를 계속하는 것은 국민 세금의큰 낭비다.
93년에 공무원 임금이 동결됐고 94년과 95년 5~6%의 임금인상이 이루어지다 공무원 인건비를 96년에 9% 인상하는 것으로 발표됐다.전면적 동결과 급격한 인상이 되풀이되는 온탕.
냉탕식 방법보다는 공무원 봉급이 지속적으로 상승되 는 방식에 따라 인상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공무원 처우개선은 부정부패의 척결과 對국민서비스 개선을 위해 필요한 조치이나 생산성 증대를 위한 정부조직 개편및 정원감축이 처우개선과 더불어 추진돼야 한다. 96년도 예산은 세입부문에서 아주 중요한 특징이 발견된다.다름 아닌 조세부담률이 금년도의 20.6%에서 0.6%포인트상승해 21.2%로 되는 과정에서 최근 몇년동안 이루어진 조세정책의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즉 소득세. 법인세.소비세의 대폭적 인하에 따라 내국세의 부담이 크게 감소하는데 비해 세금 위의 세금인 교통세.교육세.지방양여세 등 용도제한적 세수가 크게 증대하고 있다.이는 예산정책 어느 모로 보나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시정이 요청된다.
앞으로 예산을 심의할 국회의원 제위께 당부 하고 싶은 것은 예산심의를 제대로 하는 것이 국정감사에서 목청을 높이는 것보다훨씬 더 유효한 행정부 견제수단이라는 점과 의원들의 가장 중요한 책무라는 점이다.매년 되풀이되는 파행적 예산 심의가 금년에는 이루어지지 않기를 간절히 기대하며 심의과정에서 지역구 사업에의 관심과 나눠먹기식 흥정으로 국민의 세금이 낭비되는 일이 없도록 해주기를 당부 드리는 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