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타임워너.TBS 합병에 담긴 뜻-몸집키우기로 미디어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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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미국 언론.연예기업인 타임워너와 CNN방송을 갖고 있는 터너방송(TBS)이 22일 합병을 성사시켜 미국경제계를 또 한차례술렁이게 하고 있다.
이번 합병은 미디어산업의 치열한 경쟁이 장차 어떠할지 분명하게 말해 준다.타임워너가 터너방송의 케이블 네트워크를 몽땅 인수한 이유는 얼마 전 디즈니가 ABC방송을 인수한 것과 전혀 다를 바 없다.제품과 전달매체를 결합하는 「몸집키 우기」로 이른바 시너지효과를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타임워너-터너의 예상매출규모는 1백98억달러로 디즈니-ABC의 1백93억달러를 오히려 능가한다.최대의 「미디어그룹」이 탄생한 셈이다.
미국 월街의 기업인수.합병(M&A)전문가들은 『만약 디즈니의ABC합병이 없었더라면 이번 타임워너의 합병도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한다.한쪽에서 합치고 뭉치는 전략으로 나오기 때문에 그에 맞대응하기 위해서라도 다른 쪽 역시 같은 전 략을 쓸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CNN과 HBO.시네막스 등 7개의 유명 케이블 네트워크를 확보하며 소위 「터너 왕국」을 건설해 왔던 테드 터너 회장이 이처럼 쉽사리 자기기업을 넘길 줄은 누구도 몰랐다.이에 대해 터너 회장은『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했지만 타임워너 와의 전략적동반만이 지속적인 성장을 보장하는 최선의 길로 판단됐다』고 말했다. 이같은 「헤쳐 모여」현상은 비단 방송매체만이 아니다.신문사들도 향후 10년 안에 무수한 지방 군소신문들이 대도시의 큰 신문들에게 잡아먹힐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통신의급속한 발달과 뉴스 생산체제의 혁명적인 변화 앞에서 조무래기들은 도저히 버텨 낼 수 없기 때문이다.뉴욕타임스가 보스턴글로브를 확보하고 있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하지만 타임워너와 터너방송이 합법 「결혼」에 골인하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남아 있다.미국 연방당국이 두 거대기업의 합병과 관련해 反독점문제를 조사할 방침이기 때문이다.또 소비자단체들도 『이번 합병으로 타임워너가 미국 전 체 케이블방송의 40%를 지배하게 되며 경쟁의 약화는 시청료 인상 등으로소비자 피해를 유발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뉴욕=李璋圭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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