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덕방·미용실을 선점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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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로 싸우는 후보보다 발로 뛰는 후보가 최후의 승자다."

열린우리당이 작성한 선거지침서의 한 대목이다. 최근 당 조직위원회(조직위)는 '17대 총선 필승 길라잡이'라는 선거 가이드북을 만들었다. ▶후보자 10대 수칙▶정치신인 활동지침▶선거전술입안▶선거운동원 활동요령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일종의 선거 전략전술서다. 우리나라 국회의원 선거가 어떻게 치러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총선 단면도'이기도 하다.


열린우리당이 최근 총선 후보 등에게 배포한 '17대 총선 필승 길라잡이' 중 일부.

조직위는'후보자 10대 수칙'에서 두뇌보다 후보들의 '발품'을 강조한 뒤 "지역여론의 중심을 장악하라"고 권고했다. 구체적으로 '복덕방.미용실.이발소.약국.소매점' 등을 열거한 뒤 여론 전파의 거점으로 선점하라고 했다. 또한 "선거는 전쟁과 같아 이론만으론 치르기 어려우니 선거 경험이 있고 판세를 분석할 기획.홍보.조직전문가를 다섯명 이상 확보하라"고 조언했다.

조직 운용과 관련한 항목에선 이른바 구전홍보반의 가동 요령도 적었다. '2~3명씩 짝을 이룬 여론전파조를 다수 구성해 사람들이 붐비는 터미널.시장.다방.택시.약국.찜질방.목욕탕 등에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거나 주변사람들과 대화를 시도해 후보자를 홍보한다"고 했다. 구전홍보요원으론 보험설계사.요구르트 배달원.택시기사 등을 들었다.

이 밖에 ▶여성 유권자의 관리는 여성에게 호감을 주는 남성이 효과적▶적극적인 부정선거 감시로 상대 후보에게 지속적 압박을 가할 것▶선거 기간에 가족은 선거 핵심에서 최대한 떨어져 있게 하라고 강조했다.

정치 신인들에겐 ▶남의 호주머니 돈을 자기 돈으로 생각하고 자금계획을 세우면 후반에 낭패를 본다▶모든 것을 돈으로 해결하려 들지 말고 자발적 운동원을 활용하라고 훈수를 뒀다.

'선거전술 입안'이란 항목에선 '네거티브 캠페인'(사실에 기초해 상대 후보의 약점을 부각하는 홍보 전략. 허위 사실 유포나 흑색선전과는 다름)에 대해서도 자세히 소개했다.

이 방법에 대해 조직위는 "상대 후보 지지를 분산시키고 무너뜨리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며 "다만 내용에 설득력이 없으면 '부메랑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부득이하게 네거티브 방법을 쓸 경우 조직위는 "TV.라디오 같은 직접 매체보다 신문.잡지 같은 '차가운 매체'가 공정성과 메시지 전달력이 강해 더욱 효과가 크다"며 "선거 후반부보다는 가급적 초반부터 하라"고 했다.

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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