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 지구당 人選 직접 챙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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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팔을 걷어붙였다.민자당의 총선대책을 위해서다.다시는 6.27지방선거와 같은 패배를 겪지 않겠다는 각오가 역력하다.그 구체적인 예가 이번 민자당의 사고.신설지구당 14개에 대한 조직책 임명이다.
이번 조직책결정은 과거와 많은 차이가 있다.전에는 실무자들이거의 알아서 했다.민자당의 사무총장이 기획조정위원장.조직위원장과 협의해 사실상 결정을 내리고 대표의 이의가 없으면 총재의 재가를 받는 식이었다.총재재가전 청와대가 관계는 했으나 정무수석차원의 간여였다.
그래서 金대통령은 새 조직책들을 청와대 임명장수여식에서나 보는 정도였다.어느 보선때는 첫인상이 기대에 못미쳤던 조직책에 대한 실망감을 주변에까지 토로한 일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金대통령이 직접 인선작업을 벌였다.이진삼(李鎭三)前육군참모총장.김도언(金道彦)前검찰총장은 만났다.부산을 희망하는 김광일(金光一)고충처리위원장에게는『서울에서 싸우라』고설득했다고 한다.
서울방송앵커 맹형규(孟亨奎)씨나 탤런트 이덕화(李德華)씨는 오래전부터 민자당이 교섭을 벌여왔지만 본인들이 주저해 성사되지않은 경우다.이를 안 金대통령은 자신의 최측근인사들로 하여금 이들을 설득토록 해 영입했다.
서석재(徐錫宰)前총무처장관.박관용(朴寬用)정치특보.김무성(金武星)내무차관.최영한(崔英漢)의원.윤영탁(尹榮卓)의원.이재명(李在明)의원.이원복(李源馥)前통일민주당위원장.김길환(金佶煥)사정비서관등이 오래전「한식구」임을 감안하면 새로 영 입한 인사들은 전부가 金대통령이 직접 챙긴 사람들인 셈이다.
金대통령의 이같은 태도는 예고됐던 일이다.그는 수차『총선은 내가 하나하나 챙기겠다』고 말해왔다.그리고 이번에 지역구 하나하나를 놓고 인선작업을 벌여 적임자를 직접 낙점한 것이다.金대통령은 이과정에서 현지에서 맞부닥칠 야당의 현역의 원등 유력 경쟁후보의 장.단점에 대한 면밀한 분석도 했다고 한다.
또한 이번 인선의 특징은 철저하게 대상자중심이었다고 한다.자신의 영향력 강화를 위해 특정인을 미는 여권내 유력인사들의 추천이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는 얘기다.
金대통령은 주변 누구의 말이든 추천인사가 함량미달일 경우에는그 자리에서 일축했다고 전해진다.당선될 가능성이 없는 사람은 고려대상에 전혀 포함시키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金대통령의 인선작업을 보좌해온 한 측근은「속편(續編)」을 예고한다.나머지 20개 공석(空席)지구당의 조직책도 이번 못지않은 얼굴들이 등장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지구당정비가일단 완료되고 정기국회가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金 대통령은 현역의원 하나하나에 대한 점검에 들어갈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金대통령의 일생은 우리나라의 선거사다.그는 열번의 국회의원 도전에서 아홉번 당선됐다.두번의 대통령선거 도전과 한번의 당선경험도 있다.또한 한번 시작하면 전력을 다하는 승부사다.그는 자신의 축척된 경험과 역량을 이번 총선에 마지막 으로 쏟아 붓기로 결심한 것 같다.이 총선결과는 자신의 임기후반과 퇴임후 모습까지를 결정짓는 의미를 지니는 중차대한 것이다.
〈金敎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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