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지키기에 조합원 힘 모으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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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있는 노조를 만들겠다."

서울지하철공사(1~4호선) 노동조합 12대 위원장에 당선된 허섭(44)씨. '무분규'원칙을 고수하며 5년간 무파업을 이어가던 배일도(54)현 위원장을 압도적으로 누르고 지난 19일 새 위원장에 뽑힌 그는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을 적극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무쟁의 선언부터 해놓고 사측과 협상하는 것은 노조의 역할을 포기한 거나 마찬가지입니다"라며 "앞으로 충분한 협의를 하겠지만 조합원의 뜻이 모이면 단체행동권을 발동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사측은 기존 노조보다 강경한 노선을 걷겠다는 그가 오는 29일 임기 2년의 위원장 업무를 시작함에 따라 긴장하고 있다.

그는 사측이 2006년까지 2773명을 감원하고 분사화.용역화를 통해 흑자경영을 실현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근무 형태를 개선해 9300여명의 일자리를 꼭 지키도록 조합원들의 힘을 모으겠다는 것이다.

창동 차량기지에서 운행을 마친 전동차를 정비하는 검수원(5급 주임)으로 15년간 일해온 그의 이력은 서울대 공대 화학공학과 졸업(1987년)→식품제과 1년 근무→지하철공사 말단 직원 입사(89년)로 특이하다.

"연구실에서 흰 가운을 입고 일하는 것보다 땀 흘리는 현장이 좋았을 뿐입니다."

차량지부장과 노조 정책실장을 맡았던 그는 격렬했던 94, 99년 파업 당시 해고당하고 한차례 옥살이를 했다.

양영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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