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뉴스] 불법 체류 외국인 노동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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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열다섯살 소년이 있다 .
그는 하루 열 시간 공장에서 일한다.
지친 몸 이끌고 공장에서 돌아오는 골목길,
고향 올드 다카가 눈에 어른거린다.
아파 누운 아버지와 다섯살 막내동생 알비
방글라데시를 떠나던 날 그를 품에 안고 흐느끼던 소피아 어머니.

한 달에 70만원을 받았다.
남동공단 2층에서 휴대전화를 조립했다.
65만원을 집으로 보낼 수 있었다.
3층 옥상의 조립식 기숙사 모포 속에서
홀로 잠들면서도 행복했다.
어머니는 시장에서 빵을 사고
학교에 가는 동생들은 책가방을 웃음으로 채울 것이다.

반지하 단칸방의 친척집에 얹혀 있는 그의 눈은 맑았다.
불법체류자 일제 단속으로 공장을 떠나야 했던 녀석은 걱정하고 있었다.
한국행 티켓과 바꾼 방글라데시의 빚, 두 달 동안 돈을 보내지 못한 열다섯살은 걱정하고 있었다.

그가 내게 전화를 해왔다.
숨어 지내다 다시 공장에 취업한 녀석의 목소리,
두려움으로 떨리고 있었다.
아저씨 어떻게 해야 해요.
조심해라.
오늘 우리 공장의 두 아저씨 길에서 잡혔어요. 조심, 어떻게 해요.
큰 길로 다니지 마라. 모자를 꼭 눌러 써라.
그래도 잡히면요.
……
그래도 잡히면요.

……아저씨한테 전화해라.

휴대전화가 울릴 때마다 나는 화들짝 놀란다.
내게 전화하지 마라. 아르모르.
잡히지 마라. 열다섯의 빛나는 영혼.

* 불법 체류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자진출국 시한이 지난달 말 종료됨에 따라 법무부는 경찰과 공조, 집중 단속을 하고 있다.

방현석<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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