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ve Earth Save Us] “개인 젓가락 갖고 다니면 중국 사막화 막을 수 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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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에서 일회용 젓가락 사용을 즉시 중단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중국의 사막화는 더욱 심해져요.”

아이치(愛知)현 나고야(名古屋)에 있는 시민단체 ‘해피 마루케’의 가미야 시호(神谷芝保·25·여·사진) 대표는 대부분 식당에선 1회용 나무젓가락을 쓰는 일본의 젓가락 문화를 개선해 환경을 보호하자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 ‘작은 영웅’이다. 4년 전부터 개인 젓가락을 갖고 다니자는 ‘마이(my) 젓가락 운동’을 벌이고 있는 그와 30일 전화 인터뷰를 했다. 그는 “일본 국민 한 사람이 연간 쓰고 버리는 1회용 나무젓가락이 평균 200쌍이고, 전체 사용량은 270억 쌍”이라며 “이를 위해 목조 주택 1만 채를 짓고도 남는 양의 나무가 매년 중국에서 벌목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05년 한 시민단체가 주최한 중국 네이멍구(內蒙古) 식수행사에 참가했다가 일본에서 소비되는 1회용 나무젓가락의 97% 이상이 중국 수입품이며, 이로 인해 중국의 사막화가 앞당겨지고 젓가락 제조 과정에서 쓰이는 표백제가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귀국 후 나고야에서 열린 지구의 날(4월 22일) 행사에 자원봉사로 참가한 뒤 ‘마이 젓가락 운동’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2006년 3월에는 해피 마루케를 설립하고 휴대용 개인 젓가락을 팔기 시작했다. 수익금의 10%를 일본 삼림 보전에 기부하는 기금도 설립했다. 지난해 1월엔 ‘마이 젓가락 아이디어 콘테스트’도 열었다. 그러나 여전히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매일 들고 다니는 게 귀찮다” “더럽게 느껴진다”는 반응이 많았다.

그는 시민의식을 바꾸기 위해 지난해 지구의 날에 텐트와 생활용품, 젓가락 200개를 실은 전동 자전거를 끌고는 전국 일주에 나섰다. 이를 위해 다니던 제과회사는 퇴직했다. 그는 “홋카이도에서 남단 오키나와까지 달린 거리는 1만㎞에 달하고 타이어만 50여 차례 펑크 났지만, 어린 학생들과 주민들의 호응에 힘이 나곤 했다”고 말했다. 그는 보육원·학교·공원·카페 등을 찾아 직접 만든 인형극을 공연(총 300회)하며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자 1000여 명이 마이 젓가락을 구입했다.

올 3월 30일 전국 일주를 마치고 나고야에 돌아와 보니 기적 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식당과 빌딩 관리회사 등을 중심으로 ‘마이 젓가락 운동’이 확산되고 있었던 것이다. 대형 술집과 식당들이 ‘지구를 지키자, 나무를 지키자’는 현수막을 내걸고는 개인 젓가락 휴대 손님에게는 가격의 10%까지 할인해 주거나 음료수·디저트를 무료 제공하고 있었다. 일부 가게에선 손님들의 개인 젓가락을 무료 보관하는 제도까지 도입했다. 오사카에 본사를 둔 술집 ‘마르셰’는 전국 760개 점포 내 식당의 젓가락을 나무에서 플라스틱으로 교체하기도 했다.

도쿄=박소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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