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임부부 고통 덜어줘야” vs. “여성의 상품화 초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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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위크대리모 논쟁은 점화될까? 뉴스위크 한국판은 취재 과정 중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상당수의 대리모 지원자나 브로커들이 TV·신문 등 언론 보도를 통해 대리출산에 눈뜨게 됐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언론 매체가 음성적 대리출산 거래를 비판적으로 바라봤지만 결과적으로 대리출산을 새로운 돈벌이 수단으로 인식한 사람들만 늘어난 셈이다. 뉴스위크 한국판은 사회 각계 인사들의 의견을 실어 사회적 대화의 단초를 제공하고자 한다.

우선 불임부부들을 많이 상대하는 의사들은 대개 대리모 임신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한생식의학회 총무이사인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최영민 교수는 “의학적으로 필요할 때는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천적으로 자궁이 없거나 자궁에 이상이 있는 여성들도 있다. 그런 사람들이 아기를 갖지 못해 겪는 고통은 상상을 초월한다”(한국에선 10쌍 중 1쌍꼴인 100만 명이 불임부부다).

그는 대학병원에서도 가끔은 대리출산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물론 의뢰인 부부와 대리모 간에 금전거래가 이뤄졌는지를 알아내기란 쉽지 않다. 대충 짐작은 가지만 “관련 법규 자체가 없는 상황에서 병원이 나서서 대리모와의 관계를 물어보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 든다”고 그는 말했다.

보건복지가족부의 정태길 사무관은 박재완 전 한나라당 의원과 양승조 의원의 두 법안은 “입법주기가 끝나 거의 자동 폐기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 사무관은 대리출산과 관련해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난자매매 사례가 발견된 배아생성 의료기관에는 주의경고를 내리지만 대리출산에 대해선 그마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의사의 윤리의식에 기대는 상황”이라고 그녀는 말했다.

여성단체들은 대리출산에 대해 분명한 반대입장을 밝힌다. 손봉희 여성민우회 여성건강팀 팀장은 “요즘엔 불임의 고통이 강조되는 추세지만 우리의 경우 가부장제도 아래 부계혈통을 유지하려는 수단으로서 ‘씨받이’가 성행했고 이런 의식이 취약한 여성의 상품화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타적 대리출산은 허용하자는 일부 주장에 대해서도 “현실적으로 감시수단이 없어서 결국 상업적 대리모만 양산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천주교 생명위원회 행복한가정운동본부의 이숙희 대표는 “자연적인 사랑으로 맺어진 임신만 인정한다”며 “불임 부부에겐 교회의 입장이 답답할지 모르지만 상담과 교육을 통해 자연스럽게 불임이 치료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돈으로 제3자의 자궁을 빌려서까지 가계의 혈통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교회의 입장이다”(기독교와 불교의 경우 대리출산과 관련해 아직 공식적인 입장이 없다).

이인영 홍익대 법학과 교수가 4년 전 보건복지부(현 보건복지가족부)의 의뢰로 작성한 보고서 ‘대리모 관련 문제점 고찰 및 입법 정책 방안 모색’은 대리출산에 관한 여론을 가늠케 하는 흔치 않은 자료다.

“우리 국민은 대리모 시술에 관한 인지도는 매우 높지만 막상 허용 여부를 묻자 약 80%가 반대했다”고 이 교수는 말했다. 태어난 아이의 어머니가 누구냐는 질문엔 53%가 의뢰인 여성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의사집단은 일반 국민보다 훨씬 높은 43%가 대리모 시술에 찬성했으며 필요시 대리모 시술을 권하겠다는 비율은 35%나 됐다(태어난 아이의 어머니를 묻는 질문에도 일반 국민보다 월등히 높은 85%가 의뢰인 여성이라고 답했다).

이 교수는 대리출산에 대해 ‘제한적 허용’을 주장했다. 법으로 완전히 대리출산을 금지해도 원천적 봉쇄가 불가능할 뿐 아니라 음성화하도록 내버려두면 오히려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때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쪽은 바로 대리모다.” 따라서 이타적 대리모는 허용하되 금전 거래 여부를 심사하는 ‘윤리위원회’를 두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국민여론은 대리출산 법제화에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2004년 말 보건복지부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6%가 대리임신의 입법에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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