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이 국가경쟁력] “초등교 100명 입학하면 재학 중 70명은 도시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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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나주시에 있는 남평초등학교는 2003년 3월 87명이 입학했다. 그러나 학년이 올라갈 때마다 광주광역시와 서울 등지로 빠져나가 6학년이 된 지금 67명만 재학 중이다. 이마저 서너 달 뒤면 절반으로 줄게 된다. 이 학교 교사는 “2학기에 들어가면 남은 학생도 절반가량이 큰 도시의 중학교로 진학하기 위해 전학 갈 것”이라고 전했다.

전남 지역 초등학교와 학생 수는 1988년 869곳, 30만7992명이었으나 현재 453곳, 14만2883명으로 53.6%(학생 수 기준)가 줄었다. 70년 337만1000명이었던 전남 인구도 현재 194만5000명으로 42.3%나 감소했다. 해마다 3만9000명씩, 군(郡) 단위 마을 하나가 통째로 없어진 셈이다. 65세 이상 노령 인구 비율은 17.2%로 전국 평균(9.9%)의 갑절에 가깝다.

박준영(사진) 전남지사는 “농어촌 지역의 열악한 교육환경이 인구 유출을 부채질해 공동화 현상이 심각하다”며 “이로 인해 경기가 침체되고 투자가 위축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 지사는 최근 김장환 전남도교육감과 함께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에게 ‘농어촌 교육 활성화’를 건의했다. 박 지사의 인터뷰는 이달 중순 그의 집무실과 추가 전화 취재의 두 가지 형태로 이뤄졌다.

-농어촌 교육환경이 어떤 실태인가.

“재래식 화장실을 쓰는 학교가 아직도 남아 있을 정도로 열악하다. 지금처럼 학교의 기본 운영비를 학급 수와 학생 수에 따라 지원해 대도시·중소도시·농어촌을 차별 대우하면 안 된다. 학생 수가 많은 도시 학교에서는 여러 가지를 할 수 있지만, 학생 수가 적은 지방 학교는 그게 불가능하다. 학교 냉난방과 어학실·과학실·화장실 등에서 큰 차이가 난다. ”

-교육 때문에도 인구가 준다고 하는데.

“교육환경이 나쁘니까 (부모들이)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농어촌을 떠난다. 초등학교에 대략 100명이 입학하면, 학년이 올라갈 때마다 계속 줄어 30명만 졸업하는 경우도 있다. 농어촌에 있는 사람들은 광주로 가고, 광주에 있는 사람들은 서울로 간다. 기회를 지방에도 만들어 줘야 이 같은 현상을 막을 수 있다.”

-농어촌 교육 활성화를 정부에 건의했는데.

“도서 벽지는 기본적인 교육 기회마저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농어촌 자녀 교육 문제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

-건의한 내용은.

“농어촌 학생들을 위해 내국세의 10% 정도로 특별 재원을 마련해 교육 여건을 개선하고, 대학 특례 입학과 지역균형 선발을 늘려 달라고 했다. 영어 공교육을 위해 원어민 강사 배치와 화상 교육 시스템 지원을 농어촌에 우선적으로 해 줄 것을 건의했다. ”

-서남해안 섬들이 사실상 개발에서 소외되고 있다.

“정부가 섬에 투자를 안 한다. 연륙교·연도교 건설에 필요한 국고가 해마다 조금씩밖에 지원되지 않아 이러다간 다음 세대까지 가도 사업을 다 못 끝낸다. 하도 답답해 이율이 0%에 가까운 일본 자본을 끌어다 사업을 하겠다고 해도 정부가 허가해 주지 않고 있다. ”

-섬 개발이 해상국립공원법 등 각종 규제 때문에도 어려운데.

“해상국립공원도 숙박시설 등 기본적인 것은 지을 수 있게 규제를 풀어 줘야 한다. 홍도는 연간 60만 명의 관광객이 오지만, 섬 전체가 해상국립공원이자 천연기념물이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홍도에 있는 숙박업소 10곳 가운데 9곳이 무허가로 영업하는 실정이다. 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해 놓았으면 그 안 어딘가는 호텔이나 편의시설을 지을 수 있게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신안군 653.9㎢ 중 홍도·흑산도 등 525.8㎢가 공원으로 묶여 있어 개발할 수 없는 형편이다.”

이해석·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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