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건강백과>수면의학-꿈과 질병의 관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최근 美국민의 최대관심사인 O J 심슨사건의 법정에서 용의자심슨이 자신의 아내를 살해하는 꿈을 꾼 것이 드러나 화제가 된적이 있다.이것이 평소 심슨의 무의식에 투영된 살의(殺意)때문이었다는 것이 검찰측의 주장.
그러나 저명한 여류심리학자 게일 델라니가 궁지에 몰린 심슨을구했다.「꿈으로 인간행위의 동기와 미래를 유추할 수 있다는 믿음은 난센스」라는 것이 현대의학을 대변하는 그녀의 해석.
꿈속엔 무엇인가 의미있는 것이 숨어있으리란 프로이트式 정신분석이 이미 빛바랜 구식이론으로 전락됐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일화다. 그렇다면 현대의학은 꿈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근대유기화학의 모태가 된 벤젠고리의 구조구명이 독일의 화학자 케쿨레의 꿈속에 나타난 둥글게 꼬리를 문 뱀때문이었음은 널리 알려진역사적 사실로 꿈이 영감의 원천이 될 수 있음을 암 시한다.하지만 미국의 라이프誌는 최근 꿈에 관한 특집기사에서 꿈이 오히려 발작과 관련된 신체질환을 암시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68년 존슨 美대통령이 급작스런 대선출마포기선언을 하게 된 것도 밤마다 계속되는 그의 악몽때문이었다는 것이 이 잡지의 지적이다. 실제 존슨대통령은 정계은퇴후 얼마 안돼 심장발작으로 사망했다.이 잡지에 따르면 미시간大 로버트 스미스(정신과)교수팀의 연구결과 심장병 환자의 경우 악몽에 시달린 직후 심장병 발작빈도와 증상이 훨씬 악화됐다는 것.
악몽의 내용은 주로 남자는 죽음을,여자는 가족과 헤어지는 것이었다. 그러나 뇌혈관이 터지거나 막혀 반신불수가 되는 뇌졸중발작에선 정반대 현상이 관찰됐다.
뇌졸중 발작은 오히려 평소보다 컨디션이 갑자기 좋아지는 즐거운 꿈을 꾼 뒤 잘 생긴다는 것.뇌졸중과 심장질환은 각각 국내사인(死因) 제1위와 3위질환이며 발작후 살아 남더라도 후유증이 심각함을 감안할 때 이런 환자들은 한번쯤 자 신의 꿈을 되새겨보는 것도 바람직하다는 결론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