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세 넘은 미혼자 사망률 기혼자의 6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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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결혼을 하고 안정적인 직장을 가진 사람이 오래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강영호 교수와 보건사회연구원 김혜련 박사팀이 전국 30세 이상 일반 성인 543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조사는 1998년부터 2003년까지 조사 대상 가운데 사망한 사람의 생활 습관과 환경을 분석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국제역학회지(인터내셔널 저널 오브 에피데이올로지) 최신호에 게재된 이번 조사에 따르면 30세 이후 미혼자는 기혼자보다 사망률이 6배, 비정규직은 정규직보다 3배나 높았다.

강 교수팀은 만 5년 동안 발생한 사망자 242명의 수입과 직업, 기혼 여부, 혈압, 키 등 13가지 항목이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그래픽 참조). 이번 조사는 통계적으로 연령을 보정한 결과다.

예컨대 미혼자의 사망률이 6배 높다는 뜻은 30세 이후 한국인이라면 동일 연령 기혼자보다 같은 기간 질병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사망할 확률이 6배 높다는 뜻이다. 이번 조사에서 미혼자의 사망률은 이혼이나 별거 중인 사람의 사망률보다 3배나 높았다.

직업별론 고용주가 가장 유리했다. 정규직에 비해 비정규직은 3.01배, 자영업자는 1.49배로 사망률이 높은 반면 고용주는 0.98배로 낮게 나타났다. 미혼과 비정규직으로 인한 사망률 증가는 고혈압(1.56배), 고콜레스테롤(1.22배), 당뇨(1.92배), 하루 1갑 이상 흡연(2.28배), 과음(2.53배) 등 일반적으로 건강을 위해 강조돼온 항목보다 훨씬 높았다. 미혼의 경우 영양 불균형과 불규칙한 수면, 잦은 흡연.음주가, 비정규직은 낮은 소득과 불안정한 직업에 따른 스트레스가 사망률을 높이는 것으로 추정됐다. 외국 연구에서도 미혼과 불안정한 직업의 경우 사망률이 2~3배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미혼과 비정규직의 사망률이 높은 배경엔 낮은 소득과 학력, 나쁜 생활습관을 가진 사람이 대체로 결혼하거나 안정적 직업을 구하는 데 불리하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겉으로 드러난 형태는 결혼과 직장이지만 속으론 소득과 교육 등 다른 사회.경제적 요인이 사망률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결혼과 안정적 직장을 구해도 수입이 낮고 생활습관이 나쁘면 사망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조사에서도 월 소득 100만원 미만의 경우 30세 이후 미혼자의 비율은 5.6%인데 반해 월 소득 200만원 이상인 사람은 1.9%에 불과했다. 월 소득은 개인의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100만원 미만의 근로자는 20.8%가 담배를 매일 1갑 이상 피우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사람은 14.6%에 그쳤다. 또 항상 우울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15.4%,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사람도 8.6%나 됐다. 이에 비해 월 소득 200만원 이상인 사람의 경우 하루 담배 1갑 이상 흡연이 15.1%, 규칙적 운동 24.6%로 나타났으며 항상 우울 7.4%, 극심한 스트레스 비율도 5.6%에 그쳤다. 노동부에 따르면 현재 비정규직 근로자는 월 소득이 정규직의 51%에 불과하다.

강 교수는 "소득과 교육 등 사회.경제적 수준이 사망률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므로 보건교육과 건강검진 등 정부의 보건정책이 사회적 약자에 집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혜걸 의학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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